△ 부산항 부두 전경(자료사진)
한·일 수교 50년…무역적자 576조원 쌓였다
수입액이 수출액의 2배…최근 4년간 적자폭 감소세
소재·부품 만성적자가 원인…흑자전환 쉽지 않을 듯
(세종=연합뉴스) 이상원 박초롱 기자 = 우리나라가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수교)한 지 오는 22일로 50주년을 맞는다.
지난 50년 동안 일본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5천164억 달러의 흑자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서울외환 시장 종가 기준 환율(달러당 1,114.7원)로 따지면 576조원 규모다.
대(對)일 무역적자는 일본 부품을 수입·조립해 수출하던 초기 산업 구조에서 비롯돼 50년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이어졌다.
◇ 50년간 대(對) 일본 수입액, 수출액의 2배
14일 무역협회와 관세청에 따르면 1965년 6월 22일 한·일 수교 이후 지난 4월까지 일본에서 수입한 금액은 1조1천31억 달러다.
수출액은 6천144억 달러로 지난 50년간 누계 수입액이 수출액의 두 배 수준이다. 대일 누적 무역적자는 5천164억 달러로 집계됐다.
수교 이듬해인 1966년 2억3천만 달러이던 무역적자는 지난해 216억 달러로 100배 가까이 늘었다.
'만성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것은 한국이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만큼 무역 역조는 커지는 구조 때문이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장은 "우리는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액정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중간재를 주로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중간재는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해 수입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점차 확대되던 대일 무역적자는 2010년 361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같은 해 한국이 중국, 미국, 유럽에 수출해 벌어들인 돈을 다 합쳐도 모자란 금액이다.
그러나 대일 무역적자는 최근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1년 286억 달러, 2012년 256억 달러, 2013년 254억 달러, 지난해 216억 달러로 4년 연속 줄었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2003년(195억달러)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였다.
산업화 초기에는 전적으로 일본에 기댔지만 그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실제로 1965년 한국 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5.5%에서 지난해 5.6%로 급감했다. 수입 비중은 37.8%에서 8.6%로 떨어졌다.
◇ 소재·부품이 만성적자 원인…의존도 점차 개선
지속되는 대일 무역적자의 원인은 소재·부품 부분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이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 일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한국의 소재·부품산업은 만성적인 무역적자에서 허덕이다가 1997년 사상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14년 무역흑자 1천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소재·부품산업의 무역흑자는 1천79억 달러였다.
하지만 일본과의 소재·부품 무역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9년부터 이 부분의 대일 무역적자 규모를 보면 2009년 201억 달러, 2010년 243억 달러, 2011년 228억 달러, 2012년 222억 달러, 2013년 205억 달러, 2014년 163억 달러였다.
이들 기간 전체 대일 무역적자에서 소재·부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2009∼2014년 전체 대일 무역적자는 215억∼361억 달러였다.
다행인 점은 소재·부품산업의 대일 무역적자가 2011년부터 줄어들고 있다.
이 부분의 대일 수입의존도도 2009년 25.3%에서 2010년 25.2%, 2011년 23.6%, 2012년 23.0%, 2013년 20.8%, 2014년 18.1%로 떨어졌다.
자동차부품 분야에서는 지난해 사상 첫 대일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0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부품업체들이 타격을 입은 데다 한국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재·부품의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고부가가치 화학소재 클러스터 조성, 소재전용펀드 조성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해왔다.
◇ 전문가들 "흑자 전환, 쉽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앞으로 대일 무역적자가 점차 줄어들겠지만 흑자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휴대전화, TV 등 한국산 소비재가 일본에서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대일 무역수지가 흑자가 되려면 최종재 수출이 제법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미국, 유럽에 자동차, 휴대전화, TV를 수출해 흑자를 내는 만큼 일본 수출도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판 팀장도 "한국과 일본 사이 기술력이 많이 좁혀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첨단기술은 일본에 밀린다"며 "산업 로봇의 경우 전 세계 시장의 70%를 일본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우리 국민 눈에는 당장 일본의 파워가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보면 아직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뿌리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과 일본의 무역이 '축소 균형' 쪽으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 규모가 성장하면 무역 규모도 커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일본에 대한 수출과 수입 금액은 2012년부터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작년에는 대일 수출(-7.2%)보다 수입(-10.4%)이 더 많이 줄어들어 무역적자가 축소된 측면도 있다. 엔화 약세로 대일 수입 여건이 좋아졌는데도 실제 수입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대일 수출은 19.7%, 수입은 9.8% 감소했다.
신승관 국제무역연구원 무역동향실장은 "대일 수출, 수입이 동시에 축소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며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으니 무역도 일부 영향을 받아 '확대 균형'이 아닌 '축소 균형'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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