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전 해체기술 수준은…"선진국 70% 정도"
해체기술 개발하면서 해체 절차 밟아야 할 형편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2 18:23:52
△ 해무에 휩싸인 국내 최고령 원자력발전소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에너지위원회가 12일 영구정지(폐로) 권고하는 결정을 내린 부산시 기장군 고리1호기. 고리 1호기는 1977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다.
국내 원전 해체기술 수준은…"선진국 70% 정도"
해체기술 개발하면서 해체 절차 밟아야 할 형편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위원회가 12일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해체하도록 권고하기로 하면서 국내 원전 해체기술 수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에 따르면 원전 해체 방법은 크게 ▲ 안전저장 관리 ▲ 해체 ▲ 차폐 격리 등의 3가지다.
안전저장 관리는 사용후핵연료 등 위험물질을 빼낸 뒤 시설을 그대로 둔 채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식이다.
또 해체는 사용후핵연료 등을 포함한 원전 시설물을 전면 철거하는 방식이다. 오염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다만 해체까지의 시간에 따라 곧장 해체하는 즉시해체와 수십년간 안전저장 관리를 하다가 해체하는 지연해체로 나뉜다.
또 원전 시설물을 시멘트 같은 견고한 구조물로 덮어 방사능의 유출을 차단하는 차폐 격리도 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원전의 해체를 "허가 또는 지정을 받은 시설의 운영을 영구적으로 정지한 후 해당 시설과 부지를 철거하거나 방사성오염을 제거함으로써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모든 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세가지 해체 방법 중 해체만 해당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앞으로 해체 전략·방법, 해체 과정 중 방사선 재해 방지조치, 방사성물질 제가 방법, 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 방법 등을 담은 해체계획서를 원안위에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 원전 해체 기술이 선진국 대비 70% 수준으로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연구용 원자로나 우라늄 변환시설을 해체해본 적은 있지만 상업용 원전 해체 경험은 없다.
정부 원자력진흥위원회는 2012년 원전 해체기술 개발을 위한 10개년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원전 해체기술은 크게 ▲ 제염(오염 제거) ▲ 절단 ▲ 폐기물 처리 ▲ 환경 복원 등 4개 범주로 나뉘는데 위원회는 당시 4개 분야를 종합한 국내 원전 해체기술의 수준을 선진국 대비 70% 수준으로 평가했다.
또 원전 외에도 핵연료 제조시설 등을 포함한 원자력시설 해체를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을 38개로 지목하고 이 중 우리가 확보하지 못한 기술 21개를 2021년까지 확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 작업이 한창이다.
또 원전 해체기술을 실증·검증할 '원자력시설 해체 종합연구센터' 건립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도 진행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센터는 기술 확보의 핵심시설"이라며 "연구센터는 실험실에서 확보된 기술의 실용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공학시설"이라고 말했다.
작년 시작된 예타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예타의 결과가 올해 안으로는 나와야 한다"며 "예타를 통과하면 빠를 경우 내년도 예산에 설계 비용 등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에 이 종합연구센터에 대한 설계에 들어가 2019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다. 가장 순조롭게 추진됐을 경우의 시나리오다.
결국 한수원을 포함한 국내 원자력업계는 원전 해체를 위한 행정적 절차를 밟아가면서 원전 해체기술까지 개발하고 이를 적용해야 할 형편이다.
현행 절차에 따르면 한수원은 2022년 6월 이전에 원안위에 고리 1호기 해체계획서를 내야 한다. 이때까지 자력으로 원전을 해체할 기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외국의 업체나 기관으로부터 사와야 한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기술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우리 자체 기술로 고리 1호기를 해체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일부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해외에서 사올 수도 있고 이미 검증된 재래식 기술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고리 1호기의 안전한 해체에는 큰 걸림돌이 없다"며 "다만 고리 1호기 해체를 발판 삼아 원전 해체기술의 자립화와 선진화를 이루고 해외수출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부분이 숙제"라고 말했다.
해체계획서 제출 전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는 점도 변수다.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방법론이 제시될 경우 이를 놓고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진통이 생길 수도 있다.
지역 주민들의 해체 요구 등에 따라 국내 원전 1호기인 고리 1호기에 대해 사실상 폐쇄 결정이 내려지긴 했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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