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15년> "남북관계 풀려면 5·24조치 해제·물밑접촉 등 필요"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1 08:15:02
△ 6·15 15주년 맞아 남북관계 해법 제언한 전문가들
(서울=연합뉴스) 6·15 공동선언 발표 15주년을 맞아 전문가들은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5·24 조치 해제와 비공식 물밑접촉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왼쪽부터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북관계 풀려면 5·24조치 해제·물밑접촉 등 필요"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오예진 기자 = 지지부진하던 남북관계가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개선의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6·15 공동선언 남북 공동행사가 취소되는 등 경색 국면은 오히려 심화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태로는 남북관계가 풀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며,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서울 설치 등으로 오히려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어 꼬인 남북관계를 풀려면 남한 정부가 5·24 조치 해제 등을 검토하거나, 남북이 비공식적인 '물밑대화'부터 시작하는 등 전향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많은 사람이 '광복 70주년'에 비중을 두며 기대만 많이 가졌을 뿐 실제로 남북관계가 풀릴만한 환경은 아니었다.
현재의 경색 국면은 어느 한 쪽이 원인이라고 단순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특별한 사건이 있어서 냉각기가 온 것이 아니다. 남북관계는 구조적 틀 자체가 '적대적 공존관계'에 있어 경색과 완화를 반복해왔다.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틀을 제시해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 했지만 북한에서는 그 틀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에 구걸하지 않겠다' 며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근 상황이다. 여기에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발사실험 등까지 겹쳐 경색은 심화하고 있다. 6월의 북한인권사무소 설치 문제 등도 호재는 아니다.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도 북한 측에서 메르스 등을 이유로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은 한쪽에서 풀려고 해도 풀어지지 않는다. 남한은 천안함 사태 재발 방지, 도발 방지를 약속해달라는 것이고 북한은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도 큰 호흡으로 보려는 것 같다. 당장 관계 개선에 매달리기보다는 다음 총선과 대선을 기다리면서 체제 안정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돌발 요인이 생기거나 제3자의 중재 등이 없으면 관계가 풀리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다만 남한이 5·24 조치와 관련해 그 정신은 계승하면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상황을 반영한 새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해제'라는 개념에 집착하기보다는 아예 새로운 조치로 대응하는 식의 발상 전환도 필요하다.
◇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금은 남북이 서로 기 싸움을 하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측 최고위급의 의중이 전달될 수 있는 핫라인이나 비공개 특사 등이 필요하다. 북한도 박근혜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고, 남한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속마음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공개를 안 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인데, 외교에서 '비공개' 원칙은 당연한 거다. 현재는 남북한이 서로 오해하는 상황이고, 이를 풀려면 실무 차원에서 회담해서 될 일이 아니다.
러시아 전승절 행사 때 윤상현 의원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났는데, 이보다 더 비중 있는 인사가 최고위급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5·24 조치 때문에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은 과장된 해석일 수 있다. 5·24 조치 해제를 남북관계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북한은 이 조치 때문이라기보다 내부 조건 때문에 대화에 응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의 천안함 관련 책임 있는 조치 등도 일단 대화가 되면 얘기가 될 것이다. 물밑 대화가 먼저 있어야 한다. 남측이 어떤 접촉도 제안하지 않고 경색 국면으로 계속 진행되면 박근혜 정부의 노하우가 좀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계속 경색국면으로 간다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특사나 고위급 회담 제안 등을 통해 현재의 꽉 막힌 부분을 뚫고 반전을 꾀해야 한다고 본다.
8·15가 두달 정도 앞으로 다가왔는데 이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봐야 한다. 민족공동행사가 성사되면 가장 좋겠지만 인도적 문제 등으로 흐름을 바꿔갈 수 있을 것이다. 올해 8·15를 정부가 어떤 입장을 갖고 접근하느냐가 박근혜 정부 임기 내의 남북관계를 규정한다고 본다.
메르스의 경우 북한에서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감염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북한 주민들의 위생 개선, 보건의료 차원의 남북 협력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상황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자는 것이다.
5·24 조치 해제도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에서는 5·24 조치 해제가 남측의 의지를 보는 바로미터다. 남한 정부가 관계를 풀어가려는 관점이라면 이를 검토해 대화 창구 등을 찾아봐야 한다.
천안함, 5·24, 연평도 등에 대해서 남북 당국이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에 대해 북한이 적극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다. 추상적인 화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방법을 찾아보면서 5·24 조치의 유연성을 동시에 만들어내야 한다.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6·15 공동행사 무산으로 8·15 공동행사도 힘들어질 것이다. 6·15는 남한이, 8·15는 북한이 양보하는 식으로 갔어야 했는데 틀어진 상황이라고 본다.
현재의 남북관계에서는 정부가 먼저 5·24 조치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에서 위기가 생긴다면 손해를 보는 것은 남한이다.
남한 정부가 공식 대화만 하려고 하니 일이 안된다. 당국자 간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이런 이야기들을 풀어갈 필요가 있다.
북한이 천안함과 관련해 공동조사를 하자고 하는데, 남한이 자신 있으면 북한을 불러 전 세계와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조사하고 따지는 식으로 대화의 여지를 만들어줄 수 있다.
금강산 관광은 5·24 조치와 별도로, 북한에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관광객 신변보호를 하겠다고 했으니 공식화되면 재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이산가족 문제도 풀리고 DMZ 생태공원 그림도 잡힐 것이다.
미국과도 한미간 대북 압박 제재 공조 강화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제2의 페리 프로세스' 등을 만들어 북한에 새로운 메시지를 보내고 사태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