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제 영화 장르는 결국엔 '된장'이죠"
실화 바탕 수사극 '극비수사' 연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0 16:55:34
곽경택 "제 영화 장르는 결국엔 '된장'이죠"
실화 바탕 수사극 '극비수사' 연출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영화감독 곽경택(49)은 이야기꾼이다.
투박한 부산 사투리로 진득하게 풀어놓는 그 이야기는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한국 관객만이 진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를 품고 있다.
새 영화 '극비수사'로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친 곽 감독을 10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솜씨에 대한 말을 꺼내자 그는 영화감독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재능을 인정받았던 작은 기억을 풀어놓았다.
"선생님이 주말에 뭘 했느냐고 물었어요. '007 문레이커'를 봤다고 했더니 그 얘기를 해보라고 해서 아이들 앞에서 들려줬죠. 종이 울린 뒤에도 계속 듣고 싶어 하던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아직도 기억나요. 나중에 한 친구가 화를 내더라고요. '영화 봤더니 네가 해준 얘기보다 재미없잖아!' 하고요." (웃음)
신작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난 여아 유괴 사건을 담은 범죄수사물이지만, 역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형사 공길용(김윤석)과 도사 김중산(유해진)은 휘말리지 않아도 될 사건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 아이를 살리려 필사적으로 뛴다. 이들의 생각을 영화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지만, 이들이 품은 인정(人情)은 가짜가 아니다.
곽 감독은 사건을 담는 부분에서는 실제 재현을 70%, 각색과 허구를 30% 정도로 했지만, 실존 인물들의 감정을 담는 부분에서는 최대한 실제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두 인물이 공을 빼앗기고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속으로 삼키고 마는 부분은 제가 두 분을 실제로 만나 들은 대로 그렸어요. 피해자 가족에게는 이메일을 보냈는데 피해자 어머니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사건보다도 그때 움직였던 두 분의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사건에서 사후 처리로 상황이 전환되고 두 인물이 공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정 인정받는 것이 무엇이냐'는 반문으로 마무리해 나가는 감독의 목소리는 범죄물로서는 뜻밖에도 진실한 이야기만 지닐 수 있는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
"감정적으로 짜내거나 후벼 파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들은 그들 모습 그대로 살아가니까. 살다 보면 별일 없는 날이 없지 않습니까. 가슴 속에 진하게 남은 것이 있지만, 그러면서 사람들은 일상적인 모습으로 살아가죠. 그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범죄 수사물이지만, 영화에는 화려한 액션이 없다. 그런데도 감독이 펼쳐놓는 장면 장면은 전혀 심심하지 않으며 '한국영화'의 온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동요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대상을 단숨에 보여주는 첫 장면이나 색색의 간판이 놓인 극장에 차려진 수사본부와 같이 스크린을 빈틈없이 채우는 1970년대의 모습들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뿐 아니라 보여주는 데에도 노련한 감독의 솜씨가 드러난다.
"우리 스태프가 정말 애를 많이 썼어요. 그 시대로 빠질 수 있는 건 첫 번째는 패션, 길거리 행인들까지 당시 의상과 헤어·메이크업을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둘째는 그 시대의 차. 길을 달리는 차를 보면 바로 그 시대로 빠지는 거죠. 셋째는 로케이션,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거는 소품이었어요. '이거 놓치면 우리 영화 별거 없다'고 그랬죠."
실제로 완성된 화면 곳곳에서는 감독으로서 자신감이 묻어나지만, 흥행에 대해서는 그는 "정말 모르겠다"고 했다.
"'친구'로 건방도 떨어봤죠. 이후에 깨져보고 굴러보고…(웃음) 영화를 열심히 만들 자신은 있는데 흥행은 별개예요. 영화 흥행에 감독이 할 수 있는 부분은 50% 정도인 것 같습니다."
피 끓는 사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 곽 감독의 작품들은 '남자의 영화'로 불린다. 그러나 그동안 '사랑', '통증'처럼 사랑을 말하는 영화도 있었으며 아버지가 써준 글귀를 바탕으로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생각은 감독은 계속 가지고 있다.
또한 그의 차기작은 부산이 아니라 서울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스릴러'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7년 만에 살아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무대도 장르도 새롭다.
감독이 만드는 영화들의 진짜 장르는 무엇인지 묻자 그는 '휴먼 드라마'라고 했다.
"액션으로 뒤덮든, 미스터리니 판타지니 스릴러니 하든… 제 영화는 결국엔 '된장'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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