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흥 부유층 '돈주' 아파트 건설에도 투자"
"사금융 번창…북한 경제체제 전반에 변화의 바람"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0 14:09:45
"북한 신흥 부유층 '돈주' 아파트 건설에도 투자"
"사금융 번창…북한 경제체제 전반에 변화의 바람"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북한 신흥 부유층인 '돈주'가 사금융 확산을 주도하면서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 전반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10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북한과의 비즈니스와 금융'을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지난 20년간 북한에서는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사금융도 번성했다"고 주장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공식적인 은행시스템이 시장경제화하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정부금융과 규제제도의 영향권 밖에 있는 사적인 작은 규모의 금융이 번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구조가 북한 경제의 기본 수요를 감당하면서 태동기인 사적 경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북한 경제 상황의 개선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사금융 발전의 주역으로 '돈주'를 주목하며 "이들이 고리대금업을 비롯해 전당포 운영, 아파트 건설 등 다양한 이권 사업에 투자하며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실장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김정은 시대 들어 추진한 창전동 아파트나 문수물놀이장 건설 사업에도 '돈주'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 발달이 돈주들과 이들을 비호하는 권력층을 형성했고, 이는 충성도와 출신 성분에 기반을 둔 계층 구조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북한의 사금융 확산이 사회주의 금융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무라 마쓰히로 ERINA 조사연구부장은 "최근 금융을 통한 자금회전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주목된다"며 "이런 변화는 상업은행 설립에서 출발해 사실상 투자활동을 하는 개인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순환구도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 사금융시장의 현황에 대해서는 "연 이자율이 50~60%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담보물은 오토바이, 냉장고, 집 등이며 채무 불이행의 경우 경찰과 정부관료가 동원되기도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제한적 수준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가네쉬 타파 전 국제농업개발기금 아시아태평양분과 이코노미스트는 "북한 중앙은행이 대출 프로그램 운영의 전문성을 키우고 있으며 이것이 프로그램 확대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북한에 프로그램 실행 능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개인 경제 활동의 기회가 많아져야 소득, 식량 증대의 강력한 도구인 대출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정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문 중국 옌볜(延邊)대 교수도 "종합적인 가격과 유통, 재정과 세수 및 금융 전반에 걸친 개혁이 동반되지 않으면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효과는 한계에 부닥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금융개혁 과제로 상업은행의 설립, 국내 현금카드 도입, 국제금융기구 가입 등을 꼽았다.
이번 학술회의는 극동문제연구소가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과 공동 개최한 것으로, 지난 1월에 열린 '북한과의 비즈니스: 기회와 도전' 국제회의의 연장선에 있는 학술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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