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유령 캐피털사 차려놓고 중소기업 등친 50대

저리대출 미끼로 거액의 수수료 챙겨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고 저리대출을 미끼로 국내 중소기업들로부터 거액을 뜯은 50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이모(56)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10년께 미국 현지에 페이퍼 컴퍼니인 A캐피털을 설립한 이씨는 2013년 5월 여권위조 등 범죄사실이 들통나 미국에서 추방됐다.

한국에 돌아온 이씨는 지난해 초 송파구 잠실동에 'A캐피털 한국 잠실점'을 열고 수십억원을 저리로 대출해 준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는 지난해 1∼2월 잠실동의 한 호텔에서 중소상공인 3명과 각각 500만 달러(한화 56억여원)씩을 3년간 3% 이자로 빌려준다는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고, 수수료와 보험금 등 명목으로 80만 달러(약 8억 9천여만원)를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미국 현지 은행이 발행한 것인양 위조한 50만 달러짜리 수표와 5억 달러짜리 잔고증명서를 피해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씨는 돈을 챙기자마자 사무실 문을 닫고 잠적했다.

그는 영어 가명을 썼고, 그나마도 새 피해자를 만날 때마다 다른 이름을 사용했다. 돈을 뜯긴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이씨의 정확한 인적사항을 몰라 검경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 뉴욕 현지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하는 수법으로 자신이 미국에 있다고 피해자들이 착각하게 만드는 교묘함까지 보였다.

1년 반 가까이 도피생활을 이어가던 이씨는 이달 1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피해자 중 한 명과 우연히 마주치는 바람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사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가로챈 돈 대부분은 개인용도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알려지지 않은 피해가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씨를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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