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한열 민주정신 기린다…새 기념비 모교서 제막(종합2보)

기념사업회, 연세대 한열동산서 제막식…28주기 추모문화제도 열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9 21:02:14

△ 이한열 열사 새 기념비 제막식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이한열 열사 기념비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이날 제막한 기념비 앞면에는 '198769757922'라는 숫자가 새겨졌다. 6월 항쟁이 일어난 1987년, 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6월9일, 병원에서 사망한 7월5일, 그의 국민장이 치러진 7월9일, 당시 그의 나이인 22세를 함축한 숫자다.

故 이한열 민주정신 기린다…새 기념비 모교서 제막(종합2보)

기념사업회, 연세대 한열동산서 제막식…28주기 추모문화제도 열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1987년 6월 전두환 군사정권 규탄 시위에서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목숨을 잃은 연세대생 이한열 열사의 정신을 기리는 새 기념비가 모교에 세워졌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새로 제작된 기념비 제막식을 열고 기념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기존 추모비는 이 열사가 사망한 이듬해인 1988년 9월14일 이 자리에 세워졌으나 20여년이 지나면서 갈라지는 등 훼손이 심해졌다.

지난해 1월 백양로 공사 과정에서 한열동산이 훼손되는 일까지 벌어지자 기념사업회는 새 추모비를 제작하기로 했다. 제작은 석재 조각가 이경복 작가와 김동철 명장 등이 맡았으며 이 열사의 연세대 86학번 동문 등 각계에서 후원했다.

추모비는 이 열사 개인에 대한 추모를 넘어 한국 민주주의를 진일보시킨 열정을 기억하자는 취지에 따라 '기념비'라는 명칭이 붙었다.

기념비는 충남 보령에서 가져온 5t짜리 검은색 오석(烏石)을 원석으로 삼아 높이 약 1.4m, 길이 약 3m로 제작됐다.

기념비 앞면에는 '198769757922'라는 숫자가 새겨졌다. 6월 항쟁이 일어난 1987년, 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6월9일, 병원에서 사망한 7월5일, 그의 국민장이 치러진 7월9일, 당시 그의 나이인 22세를 함축한 숫자다.

기념비가 놓인 바닥면은 완만한 브이(V)자 형태로 약간 구부러지게 설계됐다. 이 열사의 죽음과 6월 항쟁으로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음을 상징한다. 비석 뒷면에는 기념비 제작에 도움을 준 후원자들의 명단을 추후 새길 예정이다.

이 열사가 쓰러진 순간과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인 디지털 시계도 기념비와 함께 한열동산에 설치됐다.

제막식에는 1987년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원혜영·임수경·김기식 의원, 이 열사 어머니 배은심씨,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박홍섭 마포구청장, 정갑영 연세대 총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세월호 참사 유족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배은심씨는 "한열이를 죽인 자들은 지금 잘 먹고 잘살고 있는데 우리 아기 한열이는 기념비가 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 돌을 여기 가져다 놓기까지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신 많은 분께 감사하며 연세대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한열이 이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존 추모비는 연세대박물관으로 옮겨져 보존된다.

기념비 제막과 함께 이 열사가 최루탄을 맞을 당시 신었던 운동화도 복원이 완료돼 이날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에 전시됐다.

한 짝만 남은 운동화는 가족이 보관하다 2004년 기념관으로 옮겼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심하게 손상돼 뒤축 부분이 100여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다양한 현대 미술품 복원 경험이 있는 복원 전문가 김겸(47) 박사가 작업을 맡아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는 한에서 복원을 완료했다.

기념사업회는 운동화 복원을 기념해 오는 11일 오후 6시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억과 보존 1: 운동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기획 특별전을 시작한다.

이날 저녁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는 이한열 열사 28주기 추모문화제가 개최됐다. 문화제는 풍물패와 록밴드, 노래패, 흑인음악 동아리, 86학번 합창단 등 재학생과 졸업생이 두루 참여한 공연으로 진행됐다. 이한열의 삶과 정신을 보여주는 사진과 편지 내용 등을 담은 추모영상도 상영됐다.

이경란 이한열기념관장은 "이한열과 같은 시대를 함께한 사람들뿐 아니라 오늘 연세대에 다니는 학생들까지 함께 이한열을 기억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행사"라며 "기념비를 다시 세우고 부서진 운동화를 복원하는 등 올해에는 이한열을 기억하고 그의 뜻을 잇는 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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