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뮤지컬로 새 생명 얻어…역사 반드시 기억해야"
뮤지컬 '아리랑' 제작발표회 참석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9 13:34:49
조정래 "뮤지컬로 새 생명 얻어…역사 반드시 기억해야"
뮤지컬 '아리랑' 제작발표회 참석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뮤지컬로 다른 생명을 얻은 '아리랑'으로 우리 국민이 응집하고 단결하기를 소망합니다."
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아리랑'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아리랑'의 원작자인 소설가 조정래는 "아리랑이 더 좋은 작품으로 탄생해 이 땅을 대표하는 뮤지컬이 되기를 바란다"며 배우와 제작진에게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가 1990~1995년 6년여간 연재한 끝에 완성한 '아리랑'은 일제 침략부터 해방기까지 한민족의 끈질긴 생존과 투쟁 이민사를 다룬 대서사시다.
그간 여러 차례 원작을 영화나 드라마로 재탄생시키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원고지 2만매 분량의 대작을 극화하는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혀 매번 좌절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국내 대표 뮤지컬 제작사인 신시컴퍼니의 손을 거쳐 뮤지컬 작품으로 탄생하게 됐다.
내달 공연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조정래 작가는 광복 70주년에 이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데 대해 "우리는 5천년 세월동안 거의 1천번의 크고 작은 외침을 당했다. 그 외침의 끄트머리에서 나라를 잃어버렸고 그 굴욕과 치욕, 저항의 역사는 반드시 기억해 새 삶의 방향타로 잡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이 작품이 뮤지컬로 나온다는 것은 망각의 딱쟁이를 뜯어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일과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사는 지울 수도 없고 지워서도 안된다. 역사는 지나버린 과거가 아니고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판"이라며 "뮤지컬 '아리랑'으로 우리 국민이 응집하고 단결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조정래 작가는 이 자리에서 "소설가들은 제목을 정할 때 100개 이상 지어놓고 그 안에서 하나씩 지워서 남은 것을 선택한다. 그런데 아리랑은 첫번째로 떠오른 제목이었다"면서 집필 뒷얘기도 전했다.
그는 "그때 우리가 부른 애국가가 없지 않았느냐. 아리랑이 애국가를 대신했다. 그래서 아리랑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아리랑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도록 했고, 그 속에 우리 영혼이 녹아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 속에서 만주벌판에서 고생하는 동포들에게 '당신들 하나하나는 다 조선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조정래 작가는 이 자리에서 배우들을 가리키며 "배역이 무엇이든 당신들 하나하나도 다 조선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정래 작가는 자신의 작가 인생을 대표하는 의미있는 작품이지만 뮤지컬 제작 과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본도 오늘 받았다"면서 "작품을 무대 예술로 바꿀 때 그들의 열정에 맡겨둬야지 작가가 개입하면 자기 욕심으로 산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작품을 뮤지컬 무대에 올리겠다고 나선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 프로듀서를 가리키며 "박 대표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믿는다"며 뮤지컬 작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신시컴퍼니가 8년 만에 선보이는 대형 창작 뮤지컬 '아리랑'은 다음달 16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12권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을 2시간 40분짜리 뮤지컬로 옮기기 위해 기획·제작에만 3년여가 걸렸다.
뮤지컬은 감골댁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 우리 민족의 저항과 투쟁 정신과 함께 그 안에서 인간의 삶을 그린다.
특히 환란 속에서 우리 민족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한 '아리랑'의 다양한 변주를 포함해 총 50여곡의 음악이 새롭게 쓰였다.
긴 준비기간만큼 참가자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의식 있는 양반 '송수익'은 전문 뮤지컬배우 서범석과 방송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활동 중인 안재욱이 맡았다. 어지러운 시대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양치성'은 김우형과 카이, 고난과 유린의 세월을 감내하는 '수국'은 윤공주와 임혜영이 각각 맡았다. 배우 김성녀는 '감골댁'으로 출연해 글을 이끌어간다.
곡 작업은 '화선 김홍도' '템페스트' 등의 뮤지컬을 맡아 명성을 얻은 작곡가 김대성이 도맡았고, 무대디자인은 박동우, 조명은 영국의 조명디자이너 사이먼 코더가 책임진다.
또 의상은 '군도' '상의원' 등의 의상을 담당한 의상디자이너 조상경이 맡아 철저한 고증이 뒷받침된 섬세함을 선보인다.
'아리랑'의 뮤지컬화를 결정한 박명성 신시 대표 프로듀서는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우리의 아픈 과거를 한번은 매듭지어야 한다. 그래야 그 기반 위에서 미래의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해 '아리랑'을 선택했다"면서 "한국 창작 뮤지컬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만들고 있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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