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역사인식에 지식인들 우려·경고 확산
일본군 위안부 문제·식민지배침략 사죄 둘러싼 성명 이어져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8 19:27:11
△ 2015년 4월 29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 정권 역사인식에 지식인들 우려·경고 확산
일본군 위안부 문제·식민지배침략 사죄 둘러싼 성명 이어져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발표를 앞두고 일본을 비롯한 각국 지식인이 잇따라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침략의 정의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아베 총리),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는 군,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것과 같은 기술도 발견되지 않았다'(아베 내각 답변서)는 등의 견해 표명에서 드러난 역사 인식이 전후 70년 담화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에서 역사 인식에 관해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 가장 먼저 주목받은 것은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연구 단체인 역사학연구회다.
이 단체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두고 일본 내에서 논란이 커지자 작년 10월 15일 성명을 발표해 "일본군의 관여 하에 강제연행된 '위안부'가 존재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강제연행은 아베 총리가 언급한 '집에 쳐들어가서 억지로 데려간(2006년 10월 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발언)' 사례에 한정해선 안 되며 감언과 사기, 협박, 인신매매가 동반된, 본인의 의사에 반(反)해 이뤄진 연행을 포함해 강제연행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지켜본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역사학자 187명은 지난달 6일 "아시아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정확하고 공정한 역사를 추구하는 일본의 용기있는 역사학자들과의 연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피해 국가에서 민족주의적인 목적 때문에 악용하는 일은 국제적인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피해 여성의 존엄을 더욱 모독하는 일이지만 피해자들에게 있었던 일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일 또한 똑같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본의 책임에 물타기 하는 시도를 경고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역사학연구회를 비롯한 일본의 16개 역사 연구·교육 관련 단체가 "강제연행된 위안부의 존재는 그간의 많은 사료와 연구에 의해서 실증돼 왔다"며 역사학계의 시각을 명확하게 표명했다.
8일 발표된 일본 지식인 281명의 성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물론 전후 70년 담화에 관한 우려를 함께 담았다.
이들은 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고노담화 발표 이후 이뤄진 많은 연구를 거론하며 "일본 국가, 일본군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에서 많은 피해자가 아시아 여성기금의 돈을 받기를 거부하는 등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문제 해결 시도가 한계를 지녔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번 성명은 아베 총리나 그에게 조언하는 학자가 70년 담화에서 굳이 반복해 밝힐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내비친 '사죄'를 다시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후 70년 담화에 무라야마 담화나 고노담화 외에도 한일 병합 조약이 한국인의 의사에 반한 것이었다는 점을 확인한 간 나오토(菅直人) 담화 등을 계승해야 한다는 뜻을 드러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쓰미 아이코(內海愛子) 오사카 게이호(經法)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특임교수는 기자회견에서 "그간 무라야마담화나 고노담화를 얘기하면서 간 담화에 관해 별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역시 한일 수교 조약 50년을 맞아 식민 지배에 대해 사죄한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확실하게 되새기고 싶다"고 말했다.
오타 오사무(太田修) 일본 도시샤(同志社)대 교수 등 일부 일본 학자는 12일 서울에서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등 한국 학자들과 공동 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며 양측은 논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한일 공동성명 발표를 추진할 예정이다.
9일에는 무라야마담화와 고노담화의 주역이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이 일본기자클럽에서 공개 대담을 할 예정이며 이 역시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을 견제하는 성격을 지닐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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