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헌장' 제정 800년만에 성문헌법 만드나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8 17:53:52
영국, '대헌장' 제정 800년만에 성문헌법 만드나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세계 최초로 인간의 권리를 문서 형태로 담은 마그나카르타(대헌장)의 고향 영국이 대헌장 제정 800년만에 성문헌법을 만들지 주목된다.
1215년 영국 런던에서 제정된 마그나카르타는 왕을 포함해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기본원칙을 규정한 근대 헌법의 토대로 올해 제정 800주년을 맞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7일(현지시간) 영국이 마그나카르타의 모국이지만 다른 나라와 같이 단일한 법전으로 성문화된 헌법이 없다면서 성문헌법 제정에 관심이 쏠린다고 전했다.
영국 헌법은 관습법, 의회법, 조약, 판례들 사이에 흩어져 있다.
전세계 민주국가 중에 성문화된 헌법이 없는 나라는 영국,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 3개국뿐이다.
대영제국의 영욕과 1·2차 세계대전 승전을 거칠 동안 영국은 한번도 성문화된 헌법이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이 역대 한번도 겪지 못한 근본적 정체성 위기에 직면한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거의 분리 독립할 뻔한 것은 영국 정체성에 큰 타격을 줬다. 영국 전체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성문헌법 제정 지지자들은 영국이 다른 나라들이 오래전에 했듯 기본적인 원칙을 성문화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상원에 헌법제정 추진 법안을 상정한 제레미 퍼비스 영국 상원의원은 "우리의 마그나카르타는 전세계 성문헌법의 토대가 됐지만, 우리도 역시 성문화된 헌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다"면서 "지금이 바로 성문헌법을 제정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를 새로 정의해야 한다"면서 "영국을 하나로 묶을 무엇인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성문헌법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래엄 앨런 영국 의회 개헌위원회 의장은 런던 왕립대학 학자들에게 의뢰해 4년간의 연구를 거쳐 71쪽짜리 영국 성문헌법 예시안을 만들었고, 런던정경대는 최근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온라인으로 헌법조항을 만들어보는 헌법축제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퍼비스 의원의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하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원 다수당인 보수당이 성문헌법 제정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영국이 성문헌법을 제정하려면 전쟁이나 혁명과 같은 더 극단적 상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앤서니 킹 에섹스대 교수는 "헌법제정은 통상 전쟁이나 혁명 같은 격변기 후에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지금 영국이 직면한 도전이 상당하지만 성문헌법 제정을 촉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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