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마스크 물결에도 "우린 쓰고 싶어도 못써요"(종합)
백화점·은행 ·민원실 등 서비스 업종 직원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8 14:24:33
△ '조심조심'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수가 35명까지 늘어난 4일 오전 서울 명동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2015.6.4
saba@yna.co.kr
'메르스' 마스크 물결에도 "우린 쓰고 싶어도 못써요"(종합)
백화점·은행 ·민원실 등 서비스 업종 직원들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우려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했지만,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주로 고객을 직접 만나 응대하는 서비스직들로, 고객에게 말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거나 공포심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
8일 오전 찾은 서울 명동의 한 대형 백화점 1층. 이곳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쓴 차림이었다.
하지만 매장을 채운 손님들과 달리 이들을 맞는 점원 가운데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백화점 점원들은 마스크를 쓴 고객들을 평소와 다름 없이 응대하고, 안내하고, 문을 열어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직원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싶지만 고객을 응대하는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다"며 "메르스 유행 이후 매출도 급감했는데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손님들이 공포감에 발길을 돌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명동 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보다는 유동인구 숫자는 적었지만 쇼핑에 나선 '요우커'들과 시민들로 '마스크 물결'을 이뤘다.
하지만 명동 거리 한복판에 나와 손님을 이끄는 화장품 매장 직원들 역시 평소처럼 큰 목소리로 손님들을 부르고 있었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마스크를 쓰지 말라는 지침은 없었지만 우리는 크게 소리를 쳐서 손님을 불러야 하는데 마스크를 끼면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내 한 구청 민원실과 커피 전문점, 시중 대형은행 세 곳을 돌아봤지만 역시 마스크를 끼고 응대하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서울의 한 구청 민원실 직원은 "마스크 착용 관련 지시는 없었지만 민원실 직원들 아무도 안쓰는 분위기"라며 "대신 개인적으로 손을 자주 씻고 손 세정제를 사비로 구매하는 등 위생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지점 직원 이모(37)씨는 "본사 차원에서 마스크 쓰지 말고 일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는데 사실 불안하다"며 "모양새가 좋지 않고, 상담해야 하는데 말 소리도 잘 안들린다는 것이 이유"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지점 직원 오모(30·여)씨는 "지침상 마스크를 쓸 수는 있게 돼 있지만 유난스럽게 보일까봐 아무도 쓰지 않는다"며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에도 지점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아무도 마스크를 안쓴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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