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이준 "끊임없이 내 주제 파악하며 노력할 것"

SBS '풍문으로 들었소' 한인상 통해 섬세한 감정연기 소화
"촬영 내내 '멘붕'이었지만 정말 행복"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7 11:00:03


이준 "끊임없이 내 주제 파악하며 노력할 것"

SBS '풍문으로 들었소' 한인상 통해 섬세한 감정연기 소화

"촬영 내내 '멘붕'이었지만 정말 행복"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발견의 기쁨은 언제나 크다.

이준(27)은 지난 2일 막을 내린 SBS TV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시청자에게 그런 기쁨을 줬다.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이준이 보여준 연기는 방송가 안팎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튀지 않는 일상적인 연기, 섬세한 감정연기, 허점이 많아 보이는 자연스러운 연기는 그가 아이돌그룹(엠블랙) 출신임을 잊게 하였다.

앞서 그는 지난해 tvN '갑동이'를 통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를 연기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정말 어려운 것은 도드라지지 않는 평범한 캐릭터 연기임을 배우들은 잘 안다.

이준은 '풍문으로 들었소'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얻어간다"며 "이 작품을 안 했더라면, 나 말고 다른 배우가 했더라면 어쩔뻔 했을까 싶고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종영 후 그를 광화문에서 만났다.







◇ "이런 쪽대본은 처음…그래서 더 많이 고민"

잘 끝났으니 하는 말이지만 '풍문으로 들었소'는 출발부터 심각한 쪽대본 상황이었다. 베테랑 정성주 작가가 녹록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라 찬사가 쏟아졌지만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은 '생방송 촬영'을 이어가야 했다.

"고아성 씨도 아역배우 출신이라 이 작품에서 제가 가장 연차가 어린데, 앞뒤 상황을 모르는 쪽대본이 나오니 저로서는 매회 '멘붕' 상황이었어요. 드라마를 몇편 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심한 쪽대본은 처음이었고 대사량도 엄청 많아서 NG도 많이 냈어요. 다행히 선배님들과 안판석 PD님이 바쁜 와중에도 계속 저를 코치해주셔서 해낼 수 있었어요."

그는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많이 고민하고 물어봤다. 그게 재미있었다"며 "또한 함께 한 배우들이 다 대단한 분들이라 서로 연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평소 같으면 1을 할 것도 10을 해낸 것 같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선배들께 받았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연기든 생활이든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귀감이 됐고, 유호정은 정말 엄마처럼 자상하게 챙겨줬으며, 고아성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중심을 잡으며 이준이 어떤 피칭을 해도 다 받아내는 노련함을 보여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현성이 툭툭 치는 대사에 울컥해서 울뻔한 적도 있었다. 촬영현장이 곧 연기학교였던 것이다.

"양비서 역 길해연 선배님이 특히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그분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름 돋은 적이 한두번이 아닌데, 저한테도 많은 소스를 주셨어요.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하셨고,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셨어요."

◇ "한인상은 99% 한정호의 피에 1% 휴머니즘을 가진 인물"

이준이 연기한 한인상은 재산을 가늠할 길이 없고 그만큼의 권력도 지닌 최상류층 한정호(유준상 분)의 외아들이다. 어린시절부터 온갖 고액 과외를 받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그에게는 '특권의 인큐베이터에서 만들어진 수재'라는 설명이 붙는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동갑내기 여고생 서봄(고아성)과 '사고'를 쳐 아들을 얻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 얌전한 고양이'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세상 물정 모르고 살던 부잣집 도련님이 서민 가정의 서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인상은 동물처럼 사육당한 셈이에요. 아버지한테서 하나부터 열까지 세뇌도 당했고 모든 것을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해왔죠. 천성은 다행히 착하고 순수해서 자신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온 것 같은 서봄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바로 사고까지 친 거죠. 이후 처가 식구들로 인해 자기 부모의 부조리함과 세상의 불의에 눈을 뜨게 되고요. 저는 한인상에게 99% 한정호의 피가 흐르지만, 1%의 휴머니즘이 있다고 봐요. 그리고 서봄을 만나면서 그 1%가 한인상의 전부가 되게 된 거고요."

'풍문으로 들었소'는 부조리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보여주며 한인상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서봄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다음은? 이제 스무살인 한인상은 서봄과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결국 한인상이 사고 치면서 한정호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게 된 것인데, 저 같으면 고등학생 아들이 그렇게 사고 치면 가만 안 둡니다.(웃음) 친한 후배가 고3 때 사고 쳐서 아기 아빠예요. 그 집을 드나들면서 한인상-서봄이 이런 느낌이겠구나 생각했죠. 기득권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것도 힘들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 부부가 자식을 키우며 살아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니 한인상과 서봄도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전 그래도 한인상이 끝까지 서봄과 잘 살아낼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 "끊임없이 내 주제 파악하며 노력할 것"

2009년부터 6년간 엠블랙으로 활동하며 가수로 잘 알려졌지만 이준의 출발은 비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이었다. 비의 아역으로 연기를 한 게 2008년이었다.

"가수를 꿈꾼 적은 없었어요. 어려서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죠. 엠블랙 활동을 하면서도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고 어필했어요."

그의 연기에 대한 욕심은 순수했다. 아이돌스타가 연기를 할 때는 주목받는 멋진 캐릭터를 맡으려고 하는데 이준은 역할이 작거나 비호감이어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2013년 KBS 2TV 액션블록버스터 '아이리스2'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싸우는 정의의 사도 대신, 뒤통수를 치는 배신의 아이콘 윤시혁을 연기했고, 지난해 '갑동이'에서는 사이코패스를 연기하며 병적인 눈빛을 보여줬다.

이후 MBC TV '미스터백'에서는 제멋대로인 재벌 2세 한량 최대한을 연기했고, 이번 한인상 역시 멋지거나 패셔너블한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댓글에 칭찬이 많아도 그것을 간직하고 있으면 독이 된다고 안판석 PD님이 말씀하셨어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이번에도 제게 부족한 점을 너무 많이 느꼈어요. 제 연기가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제 주제 파악을 하며 노력을 할 겁니다."

이준은 지난해 12월 엠블랙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끝나 팀 활동을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당분간은 가수 활동 계획은 없습니다. 지금은 연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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