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석원, 마음에 새긴 고궁의 달밤을 그리다

3년 만에 개인전 '古宮步月'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5 16:17:32

△ 사석원, 1776년 창덕궁 후원

사석원, 마음에 새긴 고궁의 달밤을 그리다

3년 만에 개인전 '古宮步月'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강렬한 원색의 화가 사석원(55)이 이번에는 마음속 고궁 풍경으로 돌아왔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선보일 '고궁보월'(古宮步月·옛 궁에서 달의 그림자를 밟는다는 뜻)전은 2012년 폭포를 소재로 한 '산중미인'(山中美人)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5일 전시공간에서 미리 본 그의 작품 속에는 창경궁, 경복궁, 덕수궁 등 서울시내 고궁을 배경으로 꽃을 머리에 얹은 소가 전면을 응시하고 호랑이가 거닐고 있으며 토끼들이 꽃배를 타고 있다.



진달래, 개나리를 떠올리는 봄날 풍경이 있고 눈 오는 날 모습도 보인다. 하나의 그림에 두 개의 계절이 보이기도 한다.

눈 내린 경복궁에선 흰 사슴이 뛰어다니고 덕수궁에선 사자 가족과 부엉이가 같은 캔버스에 앉아있다.

동물, 화병, 꽃 등 다양한 소재가 보이는 전시작은 울긋불긋한 느낌으로 화려함을 더했고 물감의 두께는 더욱 두꺼워졌다.

서석원 작가는 이날 "이전에는 제 작품에서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동물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고궁의 비장함을 나타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고궁에서 조선의 역사를 생각해냈고 그 시대에 문예 부흥기를 이끌어낸 정조, 근대화를 꿈꾼 고종 등에 주목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작품 제목도 이러한 역사에 의미를 둔 것으로 보인다.

'1776년 3월 창덕궁 후원'이라는 작품 제목에서 1776년 3월은 정조가 25세 나이로 조선 제22대 왕에 즉위한 시점이다.

봄과 겨울이 함께 보이는 듯한 풍경에 자리 잡은 두 부엉이는 새로운 시작에서 '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경복궁 향원정 당나귀'라는 작품에는 당나귀 가족이 등장한다.



전시 도록에는 이 작품과 관련해 1873년 22세의 고종이 한 살 연상인 명성황후를 위해 경복궁의 별궁인 건청궁에 연못을 파고 정자를 만들어 향원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자료 설명이 쓰여있다.

이처럼 고궁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서석원은 "고궁은 저에게 낯설지 않은 곳"이라며 "어려서 놀던 곳이 경복궁, 창덕궁이었다"고 답했다.

경치로나 한국을 대표하는 명소로나 고궁을 빼놓을 수는 없다.

작가는 "조선 후기 왕이 느꼈을 다양한 감정을 호랑이, 용, 사자 등 동물로 상징화했다"고 설명한 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부엉이에 대해선 "관찰력이 뛰어난 파수꾼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감을 많이 쓴 이유에 대해 "따뜻한 느낌을 주고 왕실의 위엄을 나타내려면 질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동양화가로 불리고 싶다는 작가는 "유화, 수묵은 재료는 다르지만 저는 동양화적 기법을 이용한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12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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