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국민생활 '위축'…"과민반응 자제해야" 지적도(종합)
잇단 학교 휴업, 입시설명회·각종 행사 취소…관광업 등 경제 타격
"필요 이상 과민한 반응, 차분하게 객관적 사실에 귀기울여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4 21:00:38
메르스로 국민생활 '위축'…"과민반응 자제해야" 지적도(종합)
잇단 학교 휴업, 입시설명회·각종 행사 취소…관광업 등 경제 타격
"필요 이상 과민한 반응, 차분하게 객관적 사실에 귀기울여야"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채새롬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민 생활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
학교 휴업이 잇따르고 병원과 관광업계를 비롯한 경제 분야가 타격을 받고 있다. 단체 행사와 모임은 물론 개인 약속이 취소·연기되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메르스에 대한 불안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커진 나머지 생기는 필요 이상의 과민 반응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차분한 태도로 객관적인 사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휴업하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유치원 422곳, 초등학교 579곳, 중학교 116곳, 고등학교 18곳, 특수학교 15곳, 대학교 12곳 등 1천162곳이다.
첫 번째 확진 환자가 나온 뒤 정부가 늑장 대응했다는 여론이 들끓었음에도 일부 지역에서 교육청과 각급 학교 간 대응에 혼선이 빚어지는가 하면, 시중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보낸 학교도 있어 불안감을 높였다.
질병 관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메르스에 따른 학교 휴업이 "의학적으로 옳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교육부는 상황에 따라 학교장이 적극 휴업을 결정토록 하는 등 부처 간 엇박자까지 나와 혼란을 부추겼다.
이렇게 증폭된 불안감은 학원·대학가 입시설명회와 정부 기관·자치단체 주관 행사, 스포츠 대회 등 다수가 모이는 일정을 줄줄이 취소하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이달 6일 숙명여고 대강당에서 열려던 대입 설명회를 취소하고 온라인 설명회로 대체하기로 했다. 중앙대는 6일 예정됐던 수시 입학설명회를, 경희대는 8일과 12일 열려던 고교 방문 입학설명회를 취소했다.
국민안전처는 이날 강남구 코엑스에서 할 예정이었던 방재의 날 행사를 취소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학부모 대표들과 함께 혁신학교를 주제로 토론회를 하기로 했으나 메르스 확산 우려로 무기한 연기했다.
공연계에도 여파가 미쳤다. 가수 이은미는 오는 7일 수원의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 열 계획이던 콘서트를 잠정 연기했다. 같은 날 수원 제1야외음악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5 더 바이브 패밀리 콘서트' 공연도 미뤄졌다.
천주교는 각 교구 차원에서 대형 집회나 성지순례 행사를 자제하도록 지침을 내려 보내고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는 등 긴급 조치에 나섰다. 8일부터 2박3일간 수원 용주사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도 무기한 연기됐다.
10일부터 닷새간 열리는 2015 수원 컨티넨탈컵 U-17 국제 청소년국가대표 축구대회, 대학농구연맹 주최 경기, 10∼13일 예정됐던 전국리듬체조대회, 바둑대회 등 스포츠 대회도 잇따라 미뤄졌다.
'메르스 공포'는 지역경제에도 직격탄이 됐다.
메르스 환자가 많은 경기지역 대형 병원 중에는 외래환자가 평소의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곳이 있을 만큼 환자의 발길이 뜸해졌다. 병원 환자가 줄어드니 자연히 약국을 찾는 환자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위험하다'는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식당도 타격을 받고 있다. 외식을 삼가고 단체 회식이 줄면서 적지 않은 식당이 울상을 짓고 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시중은행 지점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메르스 우려에 따른 행사 취소 등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확인된 2·3차 감염이 모두 의료기관 내에서만 발생한 만큼 지역사회 활동까지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꼭 필요하지 않은 행사를 이 시기에 열 이유는 없지만, 아직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행사를 모두 취소하는 것은 지나친 반응"이라며 "아예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남부지역에서는 행사를 취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에 대한 불안이 지나치면 정신질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그보다는 차분한 태도로 객관적 사실에 귀를 기울이면서 메르스의 실체적 위험에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신과 전문의 정기립씨는 "메르스에 대한 불안이 지나친 나머지 정신과 병원을 찾는 환자까지 생기고 있다"며 "공포에 휩싸여 종일 메르스 관련 기사만 찾아보다 상상 속 불안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각인'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정씨는 "이런 환자는 메르스의 실제 위험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잘 정리된 객관적 사실과 과학적 지식,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사고해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이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메르스에 관한 사실관계를 한층 투명하게 밝혀야 불필요한 불안감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는 "별 것 아니라며 안심하라고 했는데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발생하니 불신이 생기고 불안이 증폭됐다"며 "정부가 병의 실체나 위험성, 병원 정보 등 객관적인 정보를 알리고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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