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국민생활 '위축'…"과민반응 자제해야" 지적도
잇단 학교 휴업, 입시설명회·각종 행사 취소…관광업 등 경제도 타격
"필요 이상으로 과민한 반응, 차분한 태도로 객관적 사실에 귀기울여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4 18:34:07
메르스로 국민생활 '위축'…"과민반응 자제해야" 지적도
잇단 학교 휴업, 입시설명회·각종 행사 취소…관광업 등 경제도 타격
"필요 이상으로 과민한 반응, 차분한 태도로 객관적 사실에 귀기울여야"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채새롬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민 생활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
일선 학교 휴업이 잇따르고 병원과 관광업계를 비롯한 경제 분야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지자체 등 각종 단체의 행사와 모임이 취소 또는 연기되고 개인 간 약속을 취소하는 일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메르스에 대한 불안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커진 나머지 생기는 필요 이상의 과민 반응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차분한 태도로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휴업 중인 학교는 유치원 334곳, 초등학교 458곳, 중학교 90곳, 고등학교 12곳, 특수학교 15곳, 대학 7곳 등 916곳으로 파악됐다.
첫 번째 확진 환자가 나온 뒤 정부가 늑장 대응했다는 여론이 들끓었음에도 일부 지역에서 교육청과 각급 학교 간 대응에 혼선이 빚어지는가 하면, 시중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보낸 학교도 있어 불안감을 높였다.
질병 관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메르스에 따른 학교 휴업이 "의학적으로 옳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교육부는 상황에 따라 학교장이 적극 휴업을 결정토록 하는 등 부처 간 엇박자까지 나와 혼란을 부추겼다.
이렇게 증폭된 불안감은 학원과 대학가 입시설명회와 정부 기관·자치단체 주관 행사 등 사람이 모이는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메르스 공포'는 지역경제에도 직격탄이 됐다.
메르스 환자가 많은 경기지역 대형 병원 가운데는 외래환자가 평소의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곳이 있을 만큼 환자의 발길이 뜸해졌다. 병원 환자가 줄어드니 자연히 약국을 찾는 환자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위험하다'는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식당도 타격을 받고 있다. 시민들이 외식을 삼가고 기업체나 단체 회식이 줄면서 많은 식당이 울상을 짓는 분위기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시중은행 지점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그러나 메르스 우려에 따른 행사 취소 등이 지나친 반응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2·3차 감염이 모두 의료기관 내에서만 발생한 만큼 지역사회 활동까지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꼭 필요하지 않은 행사를 이 시기 열 이유는 없지만, 아직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행사를 모두 취소하는 것은 지나친 반응"이라며 "특히 아예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남부지역에서는 행사를 취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에 대한 불안이 지나치면 정신질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그보다는 차분한 태도로 객관적 사실에 귀를 기울이면서 메르스의 실체적 위험에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이들은 조언한다.
정신과 전문의 정기립씨는 "메르스에 대한 불안이 지나친 나머지 정신과 병원을 찾는 환자가 계속 생기고 있다"며 "공포에 휩싸여 종일 메르스 관련 기사만 찾아보다 상상 속 불안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각인'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정씨는 "이런 환자들은 메르스의 실제 위험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들은 잘 정리된 객관적 사실과 과학적 지식,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사고해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이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메르스에 관한 사실관계를 한층 투명하게 밝혀야 불필요한 불안감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는 "별 것 아니라며 안심하라고 했는데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발생하니 불신이 생기고 불안이 증폭됐다"며 "정부가 병의 실체나 위험성, 병원 정보 등 객관적인 정보를 알리고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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