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중동 대 서방' 구도로 월드컵 박탈론 방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4 07:35:00

카타르 '중동 대 서방' 구도로 월드컵 박탈론 방어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사퇴하면서 카타르의 2022년 월드컵 개최권이 박탈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에 대해 카타르 정부가 이를 인종과 종교적 편견으로 돌리며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블라터 회장이 당선 나흘 만에 전격 사퇴하면서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과 스위스 검찰이 FIFA의 금품수수 비리를 수사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카타르는 정부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FIFA의 금품 수수 의혹은 2010년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뒤부터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카타르는 이번 수사의 '진원지'였다고 할 수 있다.

카타르는 그러나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예정된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라터의 연임이 유력해지는 분위기로 흐르자 선거 직전 "개최지 선정 과정은 투명했고 조사에 기꺼이 응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해명을 냈다.

블라터가 5선 연임에 성공하면 어느 정도 개혁 조치는 뒤따르겠지만, 개최지 재선정이라는 전례 없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그만큼 2일 밤 발표된 블라터 회장의 전격 사퇴 선언은 카타르에겐 큰 충격파였고, '조용한 대응'이 더는 통하지 않는 분위기로 반전됐다.

이에 카타르는 아랍과 이슬람교에 대한 서구의 인종·종교적 편견과 차별을 들고 나왔다.

중동에서 처음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을 못마땅해하는 유럽과 미국의 편견과 불공정에 탄압받는 희생양으로 자신의 포지션을 잡은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3일 "카타르는 중동에서 처음으로 월드컵을 유치한 그 순간부터 비판받아 왔다"며 "우리는 이번 월드컵을 편견과 오해를 깨는 발판으로 삼도록 계속 노력해 카타르는 물론 중동의 유산으로 남기겠다"고 밝혔다.

칼리드 빈모하마드 알아티야 카타르 외무장관도 이날 로이터통신에 "어떤 이는 아랍의 이슬람 국가가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개최권을 박탈하려는 것은) 편견이고 인종주의적 탓이라고 믿는다"고 비판했다.

중동과 이슬람권 전체를 이번 대결에 끌어들여 '중동 대 서방'으로 정치적 전선을 넓힌 셈이다.

일부 서방 언론은 블라터 회장의 사퇴 발표 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개최가 3년밖에 남지 않아 번복할 수 없지만, 2022년 대회는 재선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보도를 내보내며 카타르를 압박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3일 블라터 회장 사퇴에 따라 2022년 월드컵 개최지에 대한 재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고 미국 USA투데이도 같은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스위스 검찰뿐 아니라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2022년 개최지 선정과 관련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특히 월드컵 시설 건설에 투입된 후진국 근로자의 처우 실태를 지난달 초 현지에서 취재하던 자사 기자가 사유지 침입 혐의로 카타르 당국에 2박3일간 억류돼 조사를 받은 사건을 둘러싸고 카타르 정부와 충돌했던 터다.

양측의 감정 섞인 설전도 뜨거워졌다.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 축구협회장이 "내가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라면 오늘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을 것"이라고 공격하자 셰이크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축구협회장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약속이나 지키라"고 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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