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총기실태 다룬 영화 '시라크' 논란속 크랭크인
'시카고 이미지 훼손' 주장에 리 감독 "삶과 죽음에 관한 문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3 07:29:05
시카고 총기실태 다룬 영화 '시라크' 논란속 크랭크인
'시카고 이미지 훼손' 주장에 리 감독 "삶과 죽음에 관한 문제"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흑인 정체성 문제를 집중 조명해온 스파이크 리(58) 감독이 시카고 남부의 총기 폭력 실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기획한 영화 '시라크'(CHI-RAQ)가 2일(현지시간) 본격 촬영에 돌입했다.
'시라크'는 총기 폭력이 만연한 시카고 남부 흑인 밀집지역을 총탄이 쏟아지는 이라크 전쟁터에 비유한 말로, 지난 4월 초 리 감독의 영화 제작 계획이 공개된 후 주민들 사이에 거센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카고 트리뷴 보도에 따르면 리 감독은 이날 시카고 벅타운-위커파크 지구의 '더블도어'(Double Door) 음악클럽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이 지역은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소위 '힙스터 거리'다.
촬영 현장 인근에는 아역 배우 출신 닉 캐넌(34)이 총을 들고 포즈를 취한 소품용 포스터가 나붙었다.
시카고 시청 당국은 지역 주민들에게 "단시간 모조 총 발사음이 들릴 수 있다"고 공지했다.
극단적 제목이 화제를 불러모았으나 리 감독은 이 영화를 '블랙 코미디 드라마' 형식에 담아 제작할 계획이다.
기본 틀은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고대 그리스 희극 리시스트라테(Lysistrata)에서 차용했다. 리시스트라테는 펠레폰네소스 전쟁(BC 431~BC 404) 당시 그리스 기혼 여성들이 남편과의 동침을 거부(sex strike)하는 것으로 반전 시위를 벌여 전쟁 중단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영화 제작과 배급은 아마존 스튜디오스(Amazon Studios)가 맡는다.
리 감독은 할리우드 연기파 존 쿠색(48), 영화 '드림걸즈'(Dreamgirls) 히로인 제니퍼 허드슨(33), 시트콤 시리즈 안투라지의 아리 골드 제러미 피븐(49), 래퍼 커먼(43) 등 시카고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배우들을 출연진에 대거 투입한다.
또 머라이어 캐리의 전 남편으로 더 유명한 캐넌의 출연이 확정됐으며, 베테랑 연기파 새뮤얼 잭슨(66), 한국인 부인을 둔 웨슬리 스나입스(52) 등도 캐스팅 대상으로 알려졌다. 리 감독은 애초 카니예 웨스트(37)를 주연급으로 고려했으나 일정이 겹쳐 불발됐다.
영화 '시라크'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리 감독의 새 영화가 정치인들과 경찰 당국마저 손을 놓은 시카고 남부의 뿌리 깊은 총기 폭력 실태에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색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범죄를 부각시켜 전반적 도시 이미지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도 영화 제목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감을 표출했고, 일부 시의원들은 제목을 바꾸기 전에 영화 제작을 허용해서 안된다며강경 입장을 보였다.
시카고 경찰국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 말까지 151일간 시카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건수는 총 161건에 달한다.
리 감독은 "이건 논쟁거리가 아니다. 삶과 죽음에 관한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촬영은 다음달 10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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