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찾아온 인연 '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연출·가와세 나오미 제작, 한·일 스태프 참여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2 17:26:51
낯선 곳에서 찾아온 인연 '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연출·가와세 나오미 제작, 한·일 스태프 참여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회오리바람'(2009), '잠 못 드는 밤'(2012)으로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장건재 감독은 '칸의 총아' 가와세 나오미 감독으로부터 일본 나라현의 작은 도시 고조에서 영화를 찍자는 제안을 받았다.
무더운 한여름,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난 장 감독의 모습 그대로 조감독 미정(김새벽)과 함께 고조를 찾은 감독 태훈(임형국)이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마을 사람들은 옛 기억과 현재의 삶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다큐멘터리 같은 흑백 화면에 담겼다.
장 감독은 애초 준비한 시나리오에 없는 이야기를 하나 더 떠올렸다. 여행길에 오른 배우 혜정(김새벽)이 평범한 청년 유스케(이와세 료)를 만나 함께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는 이야기다. 앞선 영화감독의 이야기보다 극적 요소를 포함한 이 부분은 컬러로 그려졌다.
두 이야기는 '한여름의 판타지아'라는 제목의 영화 한 편에 모여 오는 11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2일 왕십리 CGV에서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장 감독은 "한 감독이 낯선 곳으로 떠나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며 조금씩 그 공간을 이해해 나가는 영화"라며 "그 여정을 관객에게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한 작은 공간에서 출발해 그곳에 발길 또는 터전을 둔 사람들의 기억으로 확장되는 영화다.
한여름의 도시에 흘러들어온 사람들과 그곳에서 계속 살아온 사람들은 함께 풍경을 바라보고, 골목을 걷고, 대화를 한다. 우연으로 시작된 인연은 필연으로 마무리된다. 영화는 어떤 요란한 기교도 부리지 않고 이 여정을 평온하게 지켜본다.
분명히 장건재 감독 작품이지만, 가와세 나오미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공동 제작자인 가와세 감독은 "작은 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그리는 한여름 어느 날의 이야기"라며 "이 영화를 통해 어디에서 왔고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생각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소와 추억을 말하고자 하는 영화라면 왜 굳이 그곳이 일본의 한 지방 도시여야 하느냐는 의문이 물론 떠오를 수 있다.
1부에서 강하게 떠오르는 물음에는 2부가 자체로 답한다. 이 영화의 본 모습이란 그곳에 간 사람들이 그곳에서 만들어내는 정서를 담는 여행 영화라는 것이다.
장 감독은 "2부의 경우 설정 없이 짧은 시간 촬영했기에 오늘 찍고 나면 이 감정으로 내일 무엇이 가능하겠다, 생각하며 했다"며 "인위적인 여행 영화의 관습을 피할 건 피하고 가져올 것은 가져오자, 하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제3회 나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으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특별언급상을 받았다. 로테르담·홍콩·로스앤젤레스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97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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