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자치 20년> ① 성년맞은 지방자치의 '빛과 그늘'

자치·분권 의식 향상, 주민참여 확대, 행정 다양성 구현 효과
재정·정치의 중앙의존 심화…"지자체 책임성 키워야 분권 실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1 06:01:02

△ 제6회 동시지방선거 (2014.6.4)

① 성년맞은 지방자치의 '빛과 그늘'

자치·분권 의식 향상, 주민참여 확대, 행정 다양성 구현 효과

재정·정치의 중앙의존 심화…"지자체 책임성 키워야 분권 실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지방자치가 전면 시행돼 20년이 흐르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민투표법 같은 각종 주민참여제도가 도입됐고, 자치·분권 의식이 향상되는 등 지방자치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각 자치단체가 지역 여건에 맞고 주민이 원하는 발전계획을 추진하면서 행정의 다양성도 구현됐다.

그러나 여섯 번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에도 지방의 중앙 종속현상은 여전해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구현됐다는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지방 정가의 끊이지 않는 비리나 방만한 재정운영 사례 탓에 지방자치에 대한 냉소도 널리 퍼져 있다.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인 정순관 순천대 교수는 "지방자치 도입 후 20년간 국민의 기대는 더 높아지고 다양해졌지만 우리 지방자치의 내실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 민선 지방자치, 지방분권 시대를 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시작은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만 정부는 시·도의원과 시·읍·면의원을 선출해 지방의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1961년 5·16쿠데타로 인해 1960년 선거를 끝으로 지방의회가 폐지됐다.

지방자치는 1991년 4월 지방의회가 다시 구성되면서 부활의 전기를 맞았다. 문민정부 때인 1995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모두 선거로 선출하는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이후 1998년, 2002년, 2006년, 2010년 지방선거로 민선 2∼5기 지방정부가 꾸려졌고, 작년 7월 민선 6기 지방정부가 출범했다.

작년 전국동시 지방선거 선출 인원은 광역단체장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시도의회 의원 789명, 시군구의회 의원 2천898명, 교육감 17명, 교육의원 5명 등 총 3천952명이다.

지방자치는 우리 사회의 중앙집권적, '관 주도형' 사고에 일대 변화를 불러왔다. 민선 2∼3기에는 주민감사청구제도와 주민조례제정청구권, 주민투표 등이 도입됐고,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업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지방이양촉진법이 시행됐다.

2006년에는 더 광범위한 자치권을 주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생겼다.

주민이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직접 선출하면서 지방행정은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방침에서 탈피해 새로운 정책 시도도 가능해졌다. 이중에는 중앙정부에 채택되거나 영향을 미친 것도 적지 않다.'서울형 어린이집'이나 여러 지자체의 마을공동체 사업, 필수예방접종 확대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주행세, 지방교육세,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 등이 도입되면서 지방세수는 1995년 15조 3천159억원에서 2005년 35조 9천774억원으로, 작년에는 58조 7천828억원(잠정)으로 불었다.

각종 지방분권제도가 도입·유지되는 데에도 지방자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년 전 지방자치는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시행됐지만 이제는 국민 대부분이 지방자치를 '당위'로 여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작년 실시한 지방자치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지방자치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일반 국민 86.8%가 동의했다.



◇ 국민 63% "지방자치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지방자치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이러한 긍정적 인식과 달리 지방자치의 실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방행정연구원의 같은 조사에서 일반 국민 중 63.2%는 '지방자치가 잘되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잘 되고 있다'는 의견은 36.8%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우리 지방자치의 문제점으로 중앙정부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는 점을 우선 꼽는다.

정순관 교수는 "제도의 틀이 너무 중앙 중심으로 돼 있다"면서 "지방자치법이 있지만 각 부처에서 대통령령과 부령으로 다 제어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자율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정 여건을 보면 이러한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다.자치단체로 각종 사업이 이양되고 복지비 부담이 갈수록 무거워지는데도 조세 총액 중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21.2%에서 2013년 21.0%로 거의 변화가 없다.

이는 자치단체가 살림살이를 할 때 중앙정부에 손을 벌려야 하는 부분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자체 자체수입의 비중은 1995년 68.9%에서 2013년 58.9%로 감소했고,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 의존재원은 같은 기간 22.2%에서 36.9%로 늘었다. 이에 따라 재정자립도(일반회계)는 2000년 59.4%에서 지난해 44.8%로 떨어졌다.

지역정치도 중앙의 영향을 갈수록 크게 받고 있다. 정당공천 후보의 당선 비율은 기초단체장이 1995년 77.0%에서 지난해 87.2%로, 광역의원은 82.7%에서 97.5%로 각각 증가했다.

광역단체장은 1995년, 2006년, 2010년을 제외하고는 100% 정당공천 후보자가 당선됐다.

지방행정연구원의 조사 결과 '중앙정부에 지방자치 의지가 있다'는 대답은 5명 중 1명 꼴(19.3%)에 그쳤다.



◇ 비리단체장·방만재정, 지방자치 냉소 조장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끊이지 않는 비리와 불법선거도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2010년 동시지방선거에서 선출된 민선5기 자치단체장 244명 중 10%가 넘는 27명이 실형(24명)을 선고받거나 사임해 자격을 상실한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전북의 한 기초자치단체는 민선 1∼5기 군수 4명(재선 포함) 중 3명이 구속되고, 이 가운데 5기 군수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임기 중 옷을 벗었다.

이밖에 여러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시행하는 대형 국제행사와 전시성 사업, 호화 청사 등 무수한 혈세 낭비사례는 '돈만 드는 지방자치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무용론마저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불신은 중앙정부가 지방의 자율권과 재정권을 제약하는 논거가 된다.

전 지방세학회장인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지방자치의 제도·형식은 발전했지만 실질적인 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면서 "이는 지방의 책임성, 특히 재정면에서 자기부담의 원칙이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자치단체가 부가적인 사업을 할 때에는 그 비용을 스스로 조달한다는 원칙이 자리 잡아야 책임성과 자율성이 커지고, 실질적인 자치가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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