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자치 20년> ③ 지방세로 직원 월급도 못주는 지자체 절반
20년만에 재정자립도 18.4%P↓…자주재원 확보·국고보조사업 감축 시급
중앙-지방 재정정책 협의 필요…지자체장 방만경영 제어장치도 마련해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01 06:01:04
△ 기획재정부 주최로 지난달 15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행정지원센터)에서 열린 2015 지방재정협의회에 참석한 17개 시·도 부단체장 및 사업담당 실·국장 등이 송언석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의 모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③ 지방세로 직원 월급도 못주는 지자체 절반
20년만에 재정자립도 18.4%P↓…자주재원 확보·국고보조사업 감축 시급
중앙-지방 재정정책 협의 필요…지자체장 방만경영 제어장치도 마련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인구 1천270만명의 전국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49.9%다.살림살이의 절반 이상을 나랏돈이나 빚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경기도 재정자립도가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전국 3대 도시인 인천시는 작년 아시안게임 개최로 빚더미에 앉았다.17개 경기장 건설을 위해 빌린 돈만 해도 2019년까지 매년 5천억원 가량을 갚아야 하고 하루 이자만 11억원에 이른다.민선자치 시행 20주년을 맞은 지방재정의 적나라한 현주소이다.
지자체들은 지방세 확대 등 세제개편, 중앙정부의 정책 떠넘기기 국고보조사업 정비, 재정정책 결정 시 지방과 협의 등을 요구하며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자체장들의 방만 경영이 재정난을 부채질한 만큼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월급도 못 주는 지자체 수두룩
전남도의 올해 가용재원(자체사업에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은 전체예산 5조4천억원(일반회계 기준)의 5%에 불과하다.
국가사업에 분담해야 하는 예산은 4천500억원 가량으로 전체예산의 8%를 넘는다.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위한 예산보다 중앙정부 정책을 도와줘야 하는 예산이 훨씬 많은 셈이다.
경남도 18개 시·군 가운데 하동·함양 등 9개 군은 올해 재정자립도가 7.2∼10.2%에 불과하다. 자체 수입으로는 공무원 월급도 주지 못하는 수준이다.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관련 정보인 재정고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올해 45.1%로 내려갔다.지방자치 실시 이후 20년 만에 18.4%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전국 143개(광역 17개, 기초 226개) 지자체 가운데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곳이 126곳(52%)이나 된다.
염동철 부산시 예산총괄팀장은 "지방자치 20년을 맞았지만, 지방의 자주재정 구현은 아직 멀었다"며 "세제 개혁 등을 통해 중앙정부에 의존적인 지방재정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방세 확대하고 중앙정부 정책 떠넘기기 막아야"
지자체들은 중앙정부가 돈줄을 쥐고 있는게 재정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현재 8대2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사용하는 재정 비율은 4대 6이다.
지방세 수입이 적은데 돈 쓸 곳은 많아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며 눈치를 봐야 하는 형편이다.
지자체들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대2에서 최소 6대4로 바꿔야 자기책임에 입각한 재정지출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유아보육지원, 기초노령연금 등 국고보조사업이 재정난 가중의 주범인 만큼 이에 대한 정비도 요구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국고보조사업에 지자체는 예산을 분담하고 있고 해마다 국고보조사업의 비중이 늘고 있다.
실제 전국 지자체의 일반회계에서 차지하는 (중앙정부 추진) 사회복지비 비중은 2010년 19.9%에서 올해 27.5%로 5년 만에 7.6%포인트 늘어났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 김홍환 박사는 "중앙정부가 정책을 마음대로 결정한 뒤 지자체한테 얼마를 내라고 재정부담을 전가한다"며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결정할 때 지자체도 참여하도록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재정도 어려운 만큼 세제개편은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중복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국고보조사업을 줄이는 작업을 기획재정부와 진행 중이고 자체적으로는 지방세 비과세 감면대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 "6월 지방선거 앞서 결산해 지자체장 예산 남용 막아야"
충청북도 영동군은 이달 초 14억2천800만원을 들여 부지를 사들인 게이트볼장 10면 신설사업을 백지화했다.매입부지 1만729㎡의 절반이 넘는 5천469㎡가 개발할 수 없는 보전녹지였고 임대하기로 한 국유지는 하천부지였다.영동군은 설계용역을 받아본 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 혈세 14억여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경북도 포항시는 2013년 말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불꽃 속으로' 제작을 위해 17억원을 투입해 세트장을 지었다.
1960∼1970년대 청와대와 포항제철소 건설의 상징인 롬멜하우스 등이 실물의 70% 크기로 들어서 관광상품으로도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드라마는 시청률 1%대에 그쳤고 종영 이후 세트장은 방치됐다. 최근 구조안전진단에서 일반인 관람이 불가능한 E등급 판정을 받았다.
더구나 드라마제작 프로덕션이 실제 자본금 1천만원을 10억원으로 꾸며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시가 확인도 없이 승인을 해줬다는 특혜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세금 먹는 하마'로 불명예를 안은 경기도 용인시 경전철과 '재정위기 심각 지자체 1호'라는 오명을 부른 강원도 태백시의 오투리조트는 여전히 재정 운용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원경실련 정재욱 간사는 "지자체의 방만경영을 막기 위해 재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하고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의 체질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방의회도 실질적인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간사는 특히 "지방선거가 6월에 실시되는데 예산 결산이 6∼7월에 이뤄지는 바람에 지자체장들의 예산남용 행위가 이어지는 것 같다"며 "결산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보연 신정훈 김영만 임상현 임청 전승현 심규석 강종구 최찬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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