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행령 수정요구 `위헌성' 없게 만들어야
부자동네타임즈
| 2015-05-29 17:21:56
[부자동네타임즈] 박근혜 정부의 1호 개혁과제인 공무원 연금 개혁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미흡하나마 결실을 보았지만 동반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이 분란을 일으키고 말았다. 이번에는 여당과 청와대가 충돌하는 당·청 갈등의 형국이다. 청와대는 29일 오전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삼권분립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불쾌감을 즉각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심지어 법률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국회선진화법 탓에 국정과제를 실천에 옮기는 수단이 시의적절하게 마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책 효과를 거두는 수단으로 행정입법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 청와대가 느끼는 절박감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여당 원내사령탑인 유승민 원내대표는 `삼권분립에 이상 없다'는 입장이다. 유 대표는 "오해가 많다"는 전제를 깔고 "조금 너무 과하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유 대표의 설명을 따라가 보면 이렇다. 정부가 만드는 시행령이 국회가 만든 법률을 당연히 따라야 하는데, 그동안 법률 내용의 취지에 벗어나거나 배치되는 시행령이 왕왕 있어 왔다. 이럴 경우 법률 취지에 맞게 시행령을 고치는 게 좋겠다는 시정 요구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국회의 시정 요구를 받으면 그에 응하거나, 이를 수용하지 않아 법률과 시행령 사이에 충돌이 생기면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한 법률체계를 따르면 된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또 여야 합의가 있어야 시정 요구가 나올 수 있는데 이 수정요구권이 과하게 남용돼 정부가 일을 못 할 경우는 전혀 없다는 부연 설명도 했다. 한마디로 줄여 말한다면 수정 요구권이라는 것이 강제권도 없고 즉각적인 제약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현행 국회법과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 모든 과정의 전제는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어긋나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며 국회가 정부의 모든 시행령에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 반응이 너무 과민하다고 일축한 것이다.
사실 시행령 등 행정입법을 둘러싼 국회와 행정부의 힘겨루기는 해묵은 일이다. 정부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거나 모법을 위반하는 행정입법을 자의적으로 제·개정해 온 사례가 많다고 의심해 온 국회는 꾸준히 통제권을 가지려고 시도해 왔다. 행정입법을 제·개정할 때 국회에 제출토록 한 조치가 처음 취해진 것이 1997년 15대 국회였으며 이후 소소한 내용 변화가 있었다. 지난 2000년에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과 흡사한 '시정' 요구권이 포함된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가 '시정'이 '통보'로 수위조절된 안이 처리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세월호 시행령에 대한 거센 반발을 계기로 수정요구권이 채택된 것이다.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은 '국회의 수정 요구에 대해 행정부가 문제 없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어야 위헌이 아니며, 의무적으로 요구에 따라야 한다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유승민 대표의 설명으로는 '강제성'이 없다는 것인데 자구로만 보면 강제성을 갖는다고 해석할 소지도 있어 보인다. 다만 강제성을 부각하기 위해 자구를 너무 경직되게 해석하는 측면은 없는지 돌아 볼 필요는 있다. 그에 앞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수정요구권이 위헌성이 없도록 만들기 위해 당·청이 간극을 좁히고 뜻을 집약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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