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60돌> ①첫해 480건…작년엔 34만8천건 감정

직원 35명으로 출범 후 본원·5개 지소 361명으로 발돋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28 05:30:01

△ 국과수 상징석 제막 (원주=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상징석 제막식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①첫해 480건…작년엔 34만8천건 감정

직원 35명으로 출범 후 본원·5개 지소 361명으로 발돋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이대희 기자 =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런 1987년 1월15일 저녁. 서울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경찰 조사를 받다 급사한 대학생의 시신에 대한 부검이 이뤄졌다.

부검대에 오른 인물은 전날 새벽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연행돼 물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씨.

박씨의 시신은 외견상 상처가 거의 없었지만 내부에는 곳곳에 피멍이 맺혔고 폐에서는 물고문의 흔적인 플랑크톤이 검출됐다.

경찰은 증거를 없애고 박씨의 사망을 심장마비로 인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어이없는 해명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진실을 덮을 수는 없었다.

당시 법의학과장이던 황적준 고려대 명예교수는 회유와 압박에 굴하지 않고 '흉부압박에 의한 질식사'가 사인이라는 소견이 담긴 부검감정서를 작성했다. 또 경찰의 계속된 은폐 시도에 맞서 이를 언론에 폭로했다.

이렇게 세상에 드러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그해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법의학계로선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한다'는 한국 법의학자의 자존심을 만천하에 알린 사건으로 남았다.

행정자치부 산하 기관인 국과수의 역사는 대한제국 말기인 1909년 법무국 행형과에 설치된 지문계(指紋係)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정부에서 공식 설립된 것은 1955년이다.

출범 당시 국과수의 직원 수는 35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원주 본원과 5개의 지역 연구소를 합쳐 361명이 근무하는 전문 기관으로 발돋움했다. 2010년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승격하기도 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감정직 직원 285명 모두 석사 이상 학위를 갖고 있고, 최근 들어오는 직원은 대부분 박사 학위자"라고 소개했다.

연간 감정건수도 출범 첫해인 1955년 480건에서 작년 34만 8천117건으로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증가했다.

60년의 역사에서 부침도 많았다.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외에도 1983년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파 사건, 2004년 서남아 쓰나미 참사, 2006년 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 작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 사건 등 국내의 굵직한 사건뿐 아니라 해외 현장에서도 국과수는 빠짐없이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불명예스러운 사건도 없지 않았다.

국과수가 잘못된 감정 결과를 내놓은 탓에 무고한 시민이 옥살이하도록 한 1991년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이 대표적 오점이다.

강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정권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할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국과수는 2013년 말에야 당시 감정이 잘못됐다며 새로운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결국 대법원은 이달 14일 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최근의 현안은 급증하는 부검·감정 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현장대응능력 향상이다.

국과수는 행자부가 마련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역량 고도화 방안'에 따라 2020년까지 감정인력 113명을 단계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감정 전문인력은 현재 285명에서 398명으로 증가하게 되며, 외부 민간 의사에게 의뢰했던 '촉탁 부검'은 단계적으로 폐지돼 모든 부검을 국과수가 직접 맡게 된다.

국과수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5만명이 사망하고 이중 3만 8천여건이 변사로 처리된다"면서 "변사 사건 중 부검을 하는 경우는 5천∼6천건인데, 지난해는 4천592건을 국과수가 부검했고 나머지 1천580건은 민간 의사가 맡았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27일 출범 60주년을 맞아 2박3일 일정으로 강원도 원주 인터불고 호텔에서 국제과학수사박람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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