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봄인데 가뭄에 폭염…여름 '녹조라떼' 전조일까
"아직은 괜찮지만…6월 중순 낙동강 첫 녹조주의보 가능성"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26 15:51:20
△ 초록물감 풀어 놓은 듯..낙동강 녹조 현상
(창원=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낙동강 본류에서 하루 28만t의 물을 취수하는 경남 창원시 본포취수장 인근 강이 4일 초록빛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녹조현상이 심하다.환경단체에서는 이 녹조가 4대강 사업으로 보가 건설되면서 낙동강이 거대한 호수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수자원공사측은 이상 고온과 가뭄 영향으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했다.201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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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봄인데 가뭄에 폭염…여름 '녹조라떼' 전조일까
"아직은 괜찮지만…6월 중순 낙동강 첫 녹조주의보 가능성"
(세종=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때 이른 더위로 녹조 창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월이 가기도 전에 영남권을 중심으로 폭염특보가 연일 내려진 탓이다.
2012년 여름 전국을 휩쓴 '녹조라떼'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벌써부터 전국 곳곳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데 여름이면 오죽하겠느냐는 논리다. 녹조가 발생하는 환경 중 하나가 바로 높은 기온이기 때문이다.
당국도 이상 고온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행히도 아직은 주요 하천에 예년 이맘때와는 다른 특이 녹조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 녹조현상 왜 발생할까…'수온·수량·오염물질·유속' 방정식
녹조현상은 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해 녹조류와 남조류가 많이 늘어나 물 색깔이 녹색을 띠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녹조가 심했던 2012년 강이 완전히 녹색으로 뒤덮인 것을 두고 '녹조라떼'라고 불렀다.
전문가들은 녹조가 발생하는 원인자를 수온·수량·오염물질·유속으로 본다.
수온이 높고 하천수량이 적을 때 그리고 조류 증식에 좋은 영양염류가 하천에 유입되고 물이 흐르는 속도가 느릴 때 조류가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최근 때 이른 폭염으로 녹조 발생 요인 중 하나인 기온이 올랐으니 녹조가 우려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생각이다.
여기에 올해 들어 가뭄도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누적 강수량은 271㎜로, 평년 283㎜의 90% 수준이다. 크게 가물다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 강원 영동은 134㎜로 평년의 43%에 머물고 있다. 서울·경기도는 142㎜로 평년의 59%에 그치고 있다. 경북과 충북은 각각 77%, 83% 수준이다.
반면, 경남은 117%, 전남 128% 수준으로 평년보다 비가 많이 왔다.
녹조에 영향을 주는 물의 양이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4대강 보 조성으로 유속이 느려진 점까지 더하면 올해는 일부 지역에 녹조가 발생할 만한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지금 녹조가 발생한 곳은 있나…"아직은 잠복기"
그렇다면 지금 녹조 현황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로선 예년과 크게 달라진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관련 당국의 설명이다.
환경부는 매주 전국 주요 하천의 수질을 분석하는데, 해당 지점에서 2회 이상 채취했을 때 연속해서 클로로필-a 농도가 15㎎/㎥ 이상이고 남조류 세포수가 ㎖당 500개 이상이면 조류주의보가 내려진다. 클로로필-a와 남조류 수치가 25 이상·5천개 이상이면 조류경보를, 100 이상·100만개 이상이면 조류대발생을 각각 발령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26일 "올 들어 아직 조류주의보가 내려진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엄밀히 말해서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지 않았다고 해서 녹조현상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녹조경보제 발령 기준인 클로로필-a와 남조류는 소량으로 하천에 있을 수 있다. 특히 엽록소라 불리는 클로로필-a는 더 그렇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의 이달 4일자 통계를 보면 대부분 댐과 보에서는 남조류가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댐에서 ㎖당 30∼280개의 남조류가 발견됐다.
클로로필-a 농도는 대부분 기준치 이하였고, 일부에서 초과 수치가 나왔다.
하지만 녹조경보제는 클로로필-a와 남조류라는 두 요인이 모두 기준치를 넘어야 발령되기 때문에 아직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6월 중순 주의보 가능성"
하천의 녹조현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생태계 파괴는 물론 그 물을 취수원으로 쓰기 때문이다. 남조류는 독성 물질을 분비하기도 한다.
2012년 전국을 뒤덮었던 녹조는 식수까지 위협했다. 수도권의 주요 식수원인 팔당댐을 넘어 한강 본류까지 진출했다. 그 해 8월 북한강은 강원도 춘천 의암호에서부터 경기 남양주시 팔당댐을 지나 서울 잠실 수중보까지 긴 띠를 연출했다.
2012년만큼 아니었지만 작년도 심각했다. 2012년에 이어 2년 만에 팔당호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돼 집중호우가 올 때까지 23일간이나 지속됐다.
녹조현상이 7∼8월에 절정을 이룬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5월인 현 시점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해서 손을 놓을 일은 아니라는 게 당국의 인식이다.
환경부는 다음 달 중순께 올해 첫 조류주의보가 발령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지점은 낙동강 함안보 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속이 워낙 느려 지금도 남조류가 ㎖당 500∼600개씩 검출되고 있어서다.
당국은 단계별 조치 매뉴얼에 따라 대처한다.
조류주의보가 내려지면 방어막을 설치하고 취수장의 정수처리를 강화한다.
조류경보나 조류대발생이 발령되면 취수구를 조류증식 수심 이하로 이동시키고, 수상스키나 수영·낚시 등 활동 자제를 권고하거나 금지한다. 또 황토 등 흡착제를 살포하고 조류 제거선을 이용해 신속한 제거조치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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