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으로 정오 알리던 옥천 추억의 '오포대' 철거위기

땅 주인 철거 요구…"심하게 녹슬어 이전 어려워" 옥천군 '고민'

이세제 기자

nagnet63@daum.net | 2015-05-25 09:50:49

△ 충북 옥천경찰서 옆 동산에 서 있는 '오포대'(午砲臺).<<연합뉴스 DB>>

[부자동네타임즈 이세제 기자] 시계가 흔치 않던 시절 사이렌을 울려 정오를 알리던 충북 옥천의 '오포대'(午砲臺)가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25일 옥천군에 따르면 최근 유모(76)씨가 옥천읍 금구리 소재 자신의 조부 명의 땅에 세워져 있는 오포대를 철거하고 밀린 점용료를 달라는 민원을 냈다.

유씨는 "옥천군에서 수 십년 동안 남의 땅을 무단 점용했고, 쓰지도 않는 시설물을 방치해 재산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옥천경찰서 옆 야산에 있는 이 오포대는 10여m 높이의 철제 구조물 위에 사이렌용 스피커가 부착된 구조다.

일제 때 의용소방대 전신인 '경방단'의 비상소집용으로 세워진 뒤 1970년대 중반까지 매일 낮 12시 사이렌을 울려 정오를 알렸다.

비록 근대문화유산 등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1940∼1970년대 서민들의 시계 노릇을 해주던 귀한 유물이다.

그러나 시계가 보급되면서 '오포'는 중단됐고, 이 시설 또한 주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면서 방치됐다.

옥천의 전직 소방공무원인 유영국(66)씨는 "1979년까지는 옥천읍사무소에 소속된 의용소방대가 경보시설로 오포대를 관리했지만, 그 뒤 관리주체가 불분명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옥천군은 최근 이 시설 주변에 어린이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오포대가 있는 유씨의 땅 55㎡는 공원 구역에 들어가지 않았다.

땅 주인이 철거를 요구하고 나선 상태여서 오포대를 뜯거나 옮기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자칫 서민의 애환이 깃든 근대 유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셈이다.

옥천군은 안전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은 뒤 이전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철제로 된 기둥 등이 심하게 녹슨 상태여서 다른 곳으로 옮겨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어린이공원 안으로 옮기는 방안 등을 검토해보겠지만,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뜯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는 이곳 말고도 청산면사무소에 같은 시기 설치된 오포대가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