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셴이 그리는 무협 '섭은낭'

칸 경쟁부문 초청…"당 시대 현실성 담으려 노력"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22 00:11:57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셴이 그리는 무협 '섭은낭'

칸 경쟁부문 초청…"당 시대 현실성 담으려 노력"



(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대만의 대표적인 거장으로 꼽히는 허우샤오셴(侯孝賢)이 9세기초 당(唐)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 자객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 '섭은낭'(The Assassin)을 들고 프랑스 칸을 찾아왔다.

섭은낭은 어릴 적 비구니가 된 공주에 의해 납치돼 부패한 관리들을 처단하는 살수(殺手)로 키워졌다. 철저한 자객으로 살아가던 섭은낭(수치)은 지역 군주(장천)를 암살하라는 임무를 받으면서 변화의 계기를 맞는다.

허우 감독은 관조하듯이 멀리서 대상을 바라보는 정적인 시선으로 잘 알려진 터라 무협 사극은 뜻밖의 선택이다.

칸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돼 20일 저녁(현지시간) 처음 공개된 '섭은낭'은 결과적으로 허우샤오셴다운 영화다. 흑백으로 찍은 프롤로그부터 중국의 색채를 또렷하게 담은 궁중 장면들까지 허우샤오셴의 피가 흐르지 않는 곳은 없다.

허우샤오셴만의 건조하면서도 깊은 시선, 절제됐으면서도 아름다운 화면은 여전하다. '빨간 풍선', '카페 뤼미에르', '쓰리 타임즈' 등 이전의 현대극들과 비교해 허우샤오셴의 필모그래피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아 보인다.

영화는 중국 무협소설의 원류인 당 시대 전기(傳寄) 문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칸에서 인터뷰에 나선 허우 감독은 "학창시절부터 당 시대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며 "현실적인 디테일을 최대한 집어넣으려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자객의 이야기인 만큼 검술을 다투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무협영화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줄거리를 가진 무협 사극임에도 배우들을 클로즈업으로 잡는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대사도 최대한 제한됐다.

카메라는 멀리서 배우들이 조곤조곤 대화하고 조용히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본다.

허우 감독은 "중요한 것은 카메라와 대상 사이의 거리"라며 "배우들이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을 끌어내는 과정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는 '밀레니엄 맘보' 이후 그의 뮤즈가 된 수치(舒淇)가 자객으로 변신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수치와의 작업을 계속하는 데 대해 허우 감독은 "그녀의 성품 때문"이라며 "실제 생활에서도 독립적이고 고독한 성격을 지닌 배우"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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