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경제 기적으로 풍요 얻었지만 자본주의에 종속"
연극 '더 파워' 연출한 알렉시스 부흐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21 15:01:04
"한국사회, 경제 기적으로 풍요 얻었지만 자본주의에 종속"
연극 '더 파워' 연출한 알렉시스 부흐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한국과 독일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전쟁 이후 경제 기적을 이뤘다는 점도 같습니다. 이 경제적 기적으로 풍요를 얻었지만 자본주의에 종속됐다는 부분도 그렇고요."
다음달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무대에 오르는 연극 '더 파워'(The Power)의 연출을 맡은 독일 배우 겸 연출가 알렉시스 부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내서 초연되는 이 작품이 21세기를 지배하는 가치인 자본주의를 다룬다고 소개했다.
최근 독일에서 가장 촉망받는 극작가로 손꼽히는 니스 몸 스토크만이 쓰고, 2007년 '베를린 개똥이'를 시작으로 국내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펼치는 '지한파' 연출가 알렉시스 부흐가 연출한 '더 파워'는 국립극단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해방과 구속'이라는 주제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스토크만이 지난 1월 한국에 잠시 머물며 집필했다는 이 작품은 딱히 명분이 없는 데도 전쟁을 끝내지 못하는 군인들, 회사 내 수평적 관계와 수직적 관계의 장단점을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해 토론하는 직장인들,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는 이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억압하는 힘과 권력이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보여준다.
부흐는 독일인이라는 제삼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가 작품에 투영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드라마 '미생'을 연상시키는 회사 분위기부터 한사람도 빠짐없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지하철 모습까지 극 곳곳에 한국적인 요소가 드러난다.
부흐는 그러나 이 연극이 꼭 한국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자본주의 예속이 특정 국가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라는 점에서다.
부흐는 "한국과 독일 국민 모두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자본주의가 과연 옳은지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면서 "특히 명동은 자본주의가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장소라는 점에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연극은 그러나 자본주의에 대한 답이나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현실을 연극 무대 위에서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이러한 방식이 최근 독일 연극에서 유행하는 '포스트 드라마틱 시어터'의 형태라고 부흐는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극이 자본주의의 진실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진실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일지 모른다'고 하는 정도는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애매모호한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3막에 등장하는 생각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이 바로 그 진실의 실마리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때리고 싶지 않지만 때린다"고 말하며 아들을 구타하는 어머니가 등장하는 이 장면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사회의 문제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다소 어려워 보이는 내용이지만 한국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과 맞물려 의미 있는 작품을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부흐는 말했다.
그가 만든 작품을 독일에서 본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과의 인연으로 국내에서 '베를린 개똥이',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 등을 무대에 올린 부흐는 한국 배우들의 뛰어난 표현력에 매료돼 자꾸 한국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배우들은 감정 표현도 훌륭하지만 특히 육체적인 연기가 상당히 뛰어나다. 연출가로서 한국 배우들과의 작업이 마음에 들다 보니 계속 작업하게 된다"고 말했다.
6월 5~21일 명동예술극장. 입장권 2만~5만원. 문의 ☎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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