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골프협회 "US오픈서 지옥을 보여주마"…선수들 긴장

가혹한 코스 세팅 예고…선수들은 줄줄이 사전답사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21 11:51:38


미국골프협회 "US오픈서 지옥을 보여주마"…선수들 긴장

가혹한 코스 세팅 예고…선수들은 줄줄이 사전답사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해 개최하는 US오픈골프대회는 가혹한 코스 세팅으로 악명높다.







US오픈을 개최하는 코스는 개미허리 페어웨이와 발목이 빠지는 깊고 질긴 러프, 그리고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고 빠른 그린으로 무장한다. 미국골프협회는 원래 어렵게 설계한 코스를 찾아서 대회를 앞두고 몇달 동안 공을 들여 더 어렵게 조성한다.

미국골프협회의 철학은 한마디로 골프는 누가 더 많은 버디를 잡아내느냐를 겨루는 게 아니라 어떤 선수가 보기를 덜 하느냐를 경쟁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게 가장 공정한 기량 평가 방식이라는 미국골프협회의 철학은 선수들에게는 '악몽'이다.

US오픈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위풍당당한 세계 최정상급 실력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

주말 골퍼처럼 파세이브에 급급한다.

US오픈 중계방송은 선수들은 러프와 그린에서 쩔쩔매는 모습만 온종일 보여준다.

두세번 클럽을 휘두르고도 러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절망하거나 미들 아이언으로 친 샷이 워낙 딱딱하게 다지고 말려놓은 그린을 튕겨 달아나자 황당해하는 선수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린이 너무 빨라 1m도 안 되는 짧은 퍼트를 앞두고 이리 재고 저리 재다가 그만 실패하고 넋을 읽는 광경도자주 연출된다.

오죽하면 US오픈을 담당하는 미국골프협회 경기위원회 위원들이 남을 괴롭히는데서 희열을 맛보는 '가학증 환자'가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2004년 뉴욕주 시네콕힐스에서 치러진 US오픈은 최악이었다.

경사가 심하고 빨라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그린에 미국골프협회 경기위원회는 물까지 주지 않아 콘크리트 바닥을 방불케 했다.

건조한 바람까지 불어 그린을 바싹 말린 최종 라운드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단 한명도 언더파 스코어를 내지 못했고 7번홀(파3.189야드)에서는 선수들이 홀아웃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고집불통 미국골프협회도 대회 도중 그린에 물을 뿌려 빠르기를 떨어뜨리는 비상조치를 취해야 했다.

선수들이 이곳에서 보기는 물론 더블보기와 트리플보기를 쏟아내는 와중에 물을 뿌리자 세계 정상급 골퍼들이 헤매는 모습을 즐기던 갤러리들이 "그냥 치게 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당시 최전성기를 누리던 타이거 우즈조차 "이런 데서 어떻게 경기를 하란 말이냐"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가혹한 코스 세팅 덕에 US오픈은 우승자 혼자만 언더파 스코어를 내는 경우가 허다했고 두자리수 언더파 우승 스코어가 나오면 '실패한 대회'라는 내부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올해 대회를 한달 앞두고 미국골프협회는 이번에도 예외없이 가혹한 코스 세팅을 예고했다.

US오픈 코스 세팅을 책임진 미국골프협회 마이크 데이비스 전무이사는 최근 "대개 선수들은 한번도 돌아보지 않은 코스라도 한두 번 연습 라운드를 하고 캐디가 답사해서 코스 지도를 작성하고 경기에 출전하는게 관행이지만 올해 US오픈에서는 그렇게 했다는 큰 코 다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다음 달 19일 (이하 한국시간) 개막하는 올해 US오픈 개최지는 태평양을 낀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챔버스베이 골프장이다.







이곳에서 US오픈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주에서는 골프 대회가 거의 열리지 않기에 선수들에게는 코스 뿐 아니라 풍토 자체가 낯설다.

게다가 챔버스베이는 미국에서 흔하지 않은 링크스 스타일이면서도 홀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아주 심하다.

또 홀을 공략하는 방법과 경로가 다양해 전략적인 플레이가 요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생소하고 까다로운 골프장을 골라 가혹한 코스 세팅으로 또 한번 선수들을 괴롭히겠으니 알아서 잘 준비하라는 미국골프협회의 '겁박'에 선수들은 벌써부터 겁을 먹었다.

원래 큰 대회 준비에 꼼꼼한 필 미켈슨은 챔버스베이골프장이 손님을 받지 않기 시작하는 이달 25일 연습 라운드를 하러 갈 계획이다.

미켈슨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하자 이런 계획을 밝혔다.

타이거 우즈도 챔버스베이 사전 답사 계획을 세웠고 헨리크 스텐손은 이달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 출전했다가 짬을 내 챔버스베이를 둘러봤다.

스텐손은 연습 라운드 대신 걸어서 18홀을 모두 돌면서 코스를 점검했다.

세계랭킹 2위인 마스터스 챔피언 조던 스피스는 2010년 아마추어 시절에 이곳에서 열린 미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때 이미 쓴맛을 본 적이 있다.

당시 17살이던 스피스는 83타를 쳐 64강이 겨루는 본선에 올라가지 못했다.

스피스는 당시 그린이 엄청 단단해서 미들 아이언으로는 도저히 볼을 세우지 못했고 그린이 어마어마하게 빨랐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데이비스의 협박에 발끈한 선수도 없지 않다.

2011년 US오픈을 제패한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는 "별말을 다 듣는다"면서 "얼마나 어렵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회 전에 10번씩 연습 라운드를 하는 선수가 어디 있느냐"고 쏘아붙여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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