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합니까> ②생활임금제, 고용감소 부작용(오정근 건국대 교수)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21 08:00:08
△ 지방자치단체들이 속속 생활임금제를 도입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찬반도 거세다. 사진은 3월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을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만나 경기도 연정과 생활임금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②생활임금제, 고용감소 부작용(오정근 건국대 교수)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생활임금제는 그 순기능에도 사실상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어 고용 감소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민간 부문으로 생활임금이 확산하면 최저임금이 올라 결국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그 결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임금 상승 때문에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교 특임교수는 21일 "생활임금 도입은 고용 불안 야기, 공기업의 부채 증가, 법 체계의 혼란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교수의 입장이다.
▲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현재 서울시, 부천시 등 18개 지방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생활임금제의 법적 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돼 상위법에 근거를 갖게 되면 생활임금제가 전국의 지자체로 빠르게 확산하고 다시 민간부문 동일노동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투자 위축과 고용 불안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행 중인 생활임금은 학문적으로 정의된 개념은 아니다. 지자체들은 현재 조례 등에서 생활임금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으로서 근로자가 최소한의 인간적·문화적 생활을 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등으로만 정의하고 있다. 특별한 기준이 없다 보니 지자체별로 다른 수준의 생활임금이 도입되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2월 생활임금을 도입하면서 책정한 금액은 시간당 6천687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5천580원보다 20% 높은 수준이다. 한 달 늦게 시작한 경기도는 6천810원으로 최저임금 대비 122%이며 서울시보다 123원 많다.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서울 성북구의 경우 7천150원으로 최저임금대비 128%이며, 경기 수원시는 6천600원으로 일정한 기준 없이 정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생활임금의 도입은 ▲ 고용불안 야기 ▲ 공기업의 부채 증가 ▲ 법체계의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고용불안 측면을 보면 한국의 임금수준은 이미 경쟁국은 물론 선진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 아니다. 세계은행은 국민소득을 고려한 시간당 임금이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은 124로 세계 12위였다.
세계 31위의 싱가포르는 물론 19위의 일본, 22위의 미국보다도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저임금도 국민소득이나 구매력을 고려하면 한국이 세계 9∼10위로 미국, 일본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보다 대략 20∼28% 높은 수준의 생활임금이 시행되면 사실상 공공부문의 최저임금은 의미가 없게 되고 동일 노동의 민간 부문으로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영세자영업의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고 그 결과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 불안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다시 전체 임금 수준을 밑에서부터 끌어올리는 작용을 하게 돼 경쟁국에 비해서는 물론 분야에 따라서는 미국, 일본보다 높은 한국의 임금 수준을 다시 한 번 끌어올려 한국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임금 급등기의 영향을 회고해 보면 1987년 '노동대란' 이후 1988년부터 6년간 연평균 임금상승률이 20%에 이르는 임금 급등으로 한국기업의 국외탈출 러시가 시작되면서 많은 국내 일자리가 사라졌다. 기업의 국외탈출 가속화로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고(高)성장기'를 마감하고 '중성장기'에 진입한 바 있다.
이번에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과 최저임금 인상에 생활임금까지 도입돼 임금이 급등할 경우 성장률 추가 하락으로 저성장기 고착이 우려된다. 계량분석 결과 임금 10% 상승 시 총투자가 8% 감소하고 이는 다시 총고용을 1.8%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말 총취업자 수가 2천560만 명이므로 약 37만 명의 고용이 감소한다는 얘기다. 임금상승분이 소비를 증가시켜 고용을 창출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므로 이를 고려하더라도 임금이 10∼15% 상승할 경우 투자위축 가속화로 20만∼30만명의 고용감소가 전망된다.
그 결과 고용률 70% 달성에 어려움이 예상됨은 물론 과거 1987년 이후 중성장기에 접어든 것처럼 다시 한 번 성장동력 훼손으로 저성장기에 진입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될 우려가 있다.
다음으로, 공공기관 부채 증가도 문제다. 2012년 말 지방정부와 지방 비금융공기업 부채가 105조 원에 이르고 있다. 지방정부와 지방 비금융공기업의 경영 합리화로 부채를 감축해야 할 실정에서 생활임금 도입 등 방만한 경영은 공기업 정상화 방침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 밖에 법체계의 혼란 가능성도 적지 않은 문제다. 생활임금이 법적으로 명확한 개념이 아니어서 법 적용 시 사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사처벌이 이뤄질 여지가 많아진다. 이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중 가장 중요한 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 소지도 있다. 통상임금도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현재도 60여 개 기업이 소송에 휘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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