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단체들이 속속 생활임금제를 도입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찬반도 거세다. 사진은 3월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을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만나 경기도 연정과 생활임금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①생활임금제, 소비 진작 효과(박문규 서울시 단장)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올해 초부터 서울시와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했다. 생활임금은 지역 물가를 반영해 근로자와 그 가족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뜻한다.
일단 지자체 본청 또는 산하기관이 직접 고용한 기간제 근로자 중 저임금 근로자에게 먼저 적용된다. 지자체마다 액수는 다르지만 법정 최저임금보다는 20∼28%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생활임금제가 근로자 삶의 짊을 개선한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전체적인 노동시장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고용 감소를 낳고 공공기관의 부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문규 서울시 일자리기획단장은 21일 "생활임금제는 저임금근로자의 실질임금 수준을 상승시켜 소비 진작, 경제규모 확대 등의 경제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생활임금제도를 지지하는 박 단장의 입장이다.
▲ 박문규 서울시 일자리기획단장
생활임금은 1994년 미국을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으로 확산해 시행 중이다. 생활임금과 유사한 개념으로는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등이 있는데,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서 주요 적용대상자가 저소득층이라는 점과 임금(wage) 또는 생활비의 하한선 기준을 제시해서 빈곤기준선의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저임금은 전체 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1인 근로자가 시간당 받을 수 있는 최저금액을 의미한다. 최저생계비는 가계의 지출에 따른 최저생활비 수준을 의미하는데, 사회복지 기준선의 개념이며, 임금근로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가 적용대상이다.
반면 생활임금은 가계지출, 주거비용, 교육비 등을 포함하고 지역의 물가를 반영해 실제로 근로자와 가족이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수준의 임금을 뜻한다. 즉, 최저임금은 1인 근로자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반면 생활임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까지 고려한 가족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는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법 제1조는 최저임금제를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4년 기준 1인 최저임금(월 108만8천원)은 1인 가구 월 가계지출(월 131만9천원) 대비 82% 수준이다. 현행 최저임금으로는 실제로 근로자에게 필요한 최소 생활수준 보장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근로자의 가계소득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이지만 소득불평등의 정도는 점차 심해져, 대한민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저임금계층 비율이 두 번째(2013년 기준)로 높은 국가다. 따라서 저임금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향상시켜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장경제의 본산인 영국과 미국 등에서도 시장경제에 따른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해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한편, 전국 단위로 통일되게 적용되는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는 주거비, 교육비, 물가 등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서울은 타 지역에 비해 주거비, 사교육비 등이 월등히 높고, 물가 수준 또한 높은 특성이 있다. 이를 감안해 서울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생활임금제의 도입이 필요한 것이다.
생활임금 도입의 기대효과는 첫째로 저임금근로자의 실질임금 수준을 상승시켜 임금상승에 따른 가처분소득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이는 소비 진작, 경제규모 확대 등의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또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는 '가계소득 주도 성장정책'과 미국·일본 등 해외 주요국 정부의 저임금근로자의 임금인상을 통한 소비 진작 정책과도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생활임금제 때문에 일자리가 감소해 고용감소로 이어진다는 일부 주장이 있지만, 생활임금제 도입이 오히려 일자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미국 볼티모어, 보스턴에서 생활임금제에 따른 고용감소의 증거를 찾을 수 없었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오히려 생활임금이 적용된 공항·의료서비스 종사자의 고용이 15%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또한 생활임금 적용에 따른 임금상승으로 이직률 감소로 말미암은 근로자 교육비용 절감, 숙련된 근로자의 확보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 인력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인건비 상승에 의한 일자리 감소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셋째, 생활임금제로 인해 공공기관 부채가 증가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자세히 분석해보면 오히려 재정절감적 요소도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캐나다 생활임금 관련 단체의 연구에 따르면, 생활임금제 시행 전 정부보조금을 지급받던 이들이 생활임금제 도입 이후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되면서 정부 보조금을 50.4% 절감했다는 사례가 보고됐다.
또한 1996년 미국 볼티모어시가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첫해에 명목상의 계약비용은 0.2% 증가했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계약비용은 2.4%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됐다. 따라서 생활임금제 도입이 당장은 공공기관 재정 부담의 증가요인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실질적으로는 사회보장 비용의 감소 등으로 장기적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서울형 생활임금은 올해(2015년) 서울시 및 투자·출연기관의 직접고용 근로자 420여명에 우선 적용된다. 또한, 김경협 의원(새정치민주연합·부천원미갑) 등 국회의원 21명이 발의해 4월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서울시는 관련 조례 개정 등 절차를 거쳐 공공계약 부문에 생활임금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민간부문의 적용대상이 주로 영세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임을 고려해 생활임금을 중소기업부터 점진적·자율적으로 도입하도록 유도해 '저임금근로자 임금상승→기업의 생산성 향상→국가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한국 경제구조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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