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조치 5년> ④ 신규투자 막힌 개성공단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20 10:05:07
△ 개성공단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④ 신규투자 막힌 개성공단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남북 경협기업 ㈜겨레사랑이 개성공단에 입주해 사업을 펼치려던 계획은 '5·24 조치'로 무산됐다.
겨레사랑은 2007년 개성공단 상업용지를 분양받아 1만5천591㎡(지하 4층·지상 14층) 규모 복합상업건물을 신축하려 했다.
그러나 2010년 초 사업 승인과 제반 인허가 절차를 마치고 착공시기를 검토하던 중 갑자기 사업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천안함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2010년 5월 24일, 정부가 우리 기업의 개성공단 신규 진출과 투자를 허락하지 않는 이른바 '5·24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2011년 10월 겨레사랑은 5·24 조치가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실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듬해 수출입은행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겨레사랑은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는 일부 승소했으나, 국가를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소송에서는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천안함 사태에 대응한 통일부 조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전적으로 공익 목적에 따른 행위로 봐야 한다"며 패소 판결을 했다.
겨레사랑처럼 개성공단 입주를 계획한 많은 업체가 공단 땅을 분양받고도 5·24 조치에 막혀 공장 설립 등 신규 투자를 할 수 없게 됐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업체에만 생산시설 가동을 허용하고, 입주 예정 기업은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새로 입주하는 기업이 없는 개성공단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04년 12월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이 나온 이후 10여년이 지났지만, 현재 입주 기업은 애초 계획(300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5개다.
부지 3.3㎢를 조성하는 1단계 사업조차 정체 상태고, 2단계(5㎢)·3단계(11.6㎢) 사업은 아직 첫 삽도 못 떴다.
현재 개발면적은 전체 개발계획 대비 5%, 업체 수로는 6% 안팎에 불과하다. 고용 인력도 개발계획의 15% 수준이다.
기존 입주기업도 정체상태다.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꾸준히 생산을 늘렸지만 신규 투자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시설 교체가 가능하다. 공장을 새로 지어 생산시설 규모를 키우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입주업체들이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근로자 숙소도 마음대로 지을 수 없어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기업 환경이 지속적으로 바뀌는데 투자가 없으니 발전도 없다"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5·24 조치 이후 모두 '올스톱' 돼 앞으로 기존에 하던 사업도 계속 하기 어려워질까 봐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5·24 조치의 완화 내지는 해제가 필요하다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성공단 가동 10주년을 맞아 개성공단 입주기업 34개사를 설문조사한 결과 개성공단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공단 운영안전성 담보(23.8%)와 함께 5·24조치 해제(22.6%)가 꼽혔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신규 투자 제한은 곧 공단의 자연스러운 소멸을 의미한다"며 "계속 감가상각 이상의 투자가 이뤄져야 기업이 활력을 찾는데 투자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으면 운신의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한 남북관계라는 상황은 있지만 우리 정부라도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5년간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던 업체 수백곳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통일부 집계에 따르면 5·24 조치 이후 지난해 9월까지 폐업한 남북 교역기업은 우리 위탁가공 업체 70개, 일반 교역기업 234개 등 모두 304개다.
교역기업은 거래처를 바꾸는 등 대체 사업을 모색한 경우가 많다. 반면 북한 현지에 공장을 짓는 등 사업체를 운영한 경협기업은 대북 사업에 전념한 특성상 대체 사업 모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