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섭 "개성공단,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다"
개성공단상회 공동매장 27일 서울 안국동에 개장
내년엔 매장 30곳으로…"통일의 마중물로 키운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7 05:00:01
정기섭 "개성공단,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다"
개성공단상회 공동매장 27일 서울 안국동에 개장
내년엔 매장 30곳으로…"통일의 마중물로 키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안팎으로 개성공단이 어렵습니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워요. 그럴수록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개성공단상회를 통일을 향한 긴 과정의 마중물로 키우겠습니다."
오는 27일 '직영 1호점'을 오픈하는 '개성공단상회'의 정기섭 협동조합 이사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매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개성공단상회를 통해 개성공단에 대한 국민 인식을 바꾸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개성공단상회'는 제품 제조능력을 갖춘 개성공단 회사들이 모여 만든 '편집숍'(한 매장에 여러 브랜드 제품을 모아놓은 것) 형태의 매장이다.
현재 상회를 운영하는 협동조합에는 공단 12개 회사가 힘을 모았다. 개성공단 제품이 협동조합의 기치 아래 공동으로 소비자와 만나는 것은 공단 운영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우선 오는 27일 서울 안국동의 3층 건물에 본점 1호점이 문을 연다. 같은날 서울 은평구와 창원시에 대리점 2곳이 개장할 예정이다.
각종 의류와 액세서리 등 500여 종에 달하는 제품이 판매되며 장기적으로 1천종으로 늘어난다. 기업들이 각기 자신의 브랜드를 달고 물건을 선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메이드 인 개성공단'의 울타리 안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셈이다.
이번 개성공단상회 사업은 참가 기업에는 자신의 브랜드를 알릴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대부분 그동안 주로 대기업 주문을 받아 상품을 제공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단 사업을 진행해왔기 때문.
정 이사장은 "생산자가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지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질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상품군의 좌표라고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먼저 올해 안에 매장을 10곳으로, 내년에는 최소한 30곳으로 늘리는 것이 조합의 목표다.
이를 위해 우정사업본부와 협력을 위한 계약을 추진중이고, 유명 백화점과 마트를 통해서도 홍보 행사를 진행한다.
이종덕 총괄 부이사장은 "목표가 단지 내수에 국한되지는 않는다"며 "오는 7월 홍콩패션위크에 조합사들이 참여해 제품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 이사장은 나아가 "단순히 조합원들이 생계만을 위해서 매장을 운영하려는 것은 아니"라며 "수익 일부는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개성공단의 위상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조합이 새로운 도전을 앞뒀지만 사실 현재 개성공단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저임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인 정 이사장은 현실적인 난관을 인정하면서도 결연한 표정으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남에서는 우리가 '친북' 기업으로 잘못 인식되고 북에서는 우리가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경계의 대상이 된다"며 "공단에 대한 인식이 국민 사이에서 초기보다 많이 저하됐고 기업인들의 사기도 떨어진 상황"이라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또 "정치군사적 문제로 시달리지만 않는다면 개성공단이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간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며 다소 아쉬운 표정도 지었다.
그는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공단에 처음 투자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용기를 내고 분발하자는 의미로 힘을 모았다"고 매장 운영에 의미를 부여했다.
'1호점'의 디자인 콘셉트는 '열차'다. 매장이 남북 경제 협력을 상징하는 열차와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매장 입구 바닥과 실내조명에 열차 선로를 활용했다.
"매장은 소박하게 꾸몄어요. 하지만 젊은 분들도 호감을 느낄만한 깔끔한 인테리어에 공단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영상물도 상영할 계획입니다. 소비자가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발견하는 공간이 되도록 마음을 담았습니다."(이종덕)
"개성공단의 특수성이 있습니다. 남북이 화합해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이죠. 제품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으면 분단 현실을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기업가로서 보람을 느끼는 부분입니다."(정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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