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베네치아' 시리아 팔미라 유적도 IS에 희생되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된 2천년 역사 도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6 16:26:50
'사막의 베네치아' 시리아 팔미라 유적도 IS에 희생되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된 2천년 역사 도시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시리아 사막에 있는 고대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손아귀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올들어 이라크 북부 고대 도시들을 처참하게 파괴한 IS가 시리아 고대 도시까지 파괴,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잇따라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IS는 올해 3월 5일 이라크 북부에 있는 고대 아시리아 도시 님루드를 파괴했다. 3월 7일에는 역시 이라크 북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고대 파르티아 제국의 원형 요새 도시 하트라, 3월 8일 인근 코르사바드 유적지도 폭파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IS는 시리아 팔미라 근처에서 어린이 9명을 포함한 민간인 23명을 처형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IS가 팔미라 1㎞ 이내까지 접근했다고 밝혔다.
다마스쿠스에서 북동쪽으로 210㎞ 떨어진 시리아 사막 한복판의 팔미라는 '사막의 진주'나 '사막의 베네치아'라고 불릴 정도로 중동 지역에서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고대 유적지 중 하나다.
팔미라는 '야자수의 도시'라는 뜻으로, 기원전 19세기 시리아 사막을 지나는 이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처음 기록에 등장한다.
팔미라가 본격적으로 부와 명성을 쌓기 시작한 것은 기원 전후 로마제국 시절.
1세기 중반 로마의 속주인 시리아의 일부가 돼 로마의 지배를 받았고, 물이 풍부한 입지를 이용해 페르시아, 인도, 중국, 로마제국을 잇는 실크로드 무역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웅장한 건축물은 이 시기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건축된 것이다. 동서가 교차하는 팔미라의 건축물은 고대 로마와 그리스, 페르시아의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팔미라 역사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팔미라의 클레오파트라'로 불리는 3세기 제노비아 왕비다.
어린 나이에 왕위를 물려받은 아들 와발라트를 대신해 섭정에 나선 제노비아 왕비는 로마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아들에게 로마 황제의 지위를 부여했다.
군사원정을 통해 시리아 전역과 이집트 일부로 제국을 확장해나갔지만 이후 273년 로마의 공격을 받아 제국은 패망의 길을 걸었고 6세기 아랍인에 정복됐다.
오랜 세월 폐허로 남았던 팔미라는 17∼18세기 이곳을 지나던 여행객들을 중심으로 아름다움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20세기 들어 일부 복원됐다. 1980년 유네스코는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지녔다"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기 전에는 매년 15만 명의 관광객이 팔미라를 찾았다.
4년 넘게 이어진 긴 내전으로 기둥과 조각 일부가 훼손되는 등 시리아의 다른 유적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수난을 겪은 팔미라는 이번 IS의 위협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이날 "상황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팔미라를 보호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강력한 결의를 촉구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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