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관' 속 살인, 착취 시달리는 로힝야 난민들"
유엔·미국, 동남아 국가에 로힝야족 지원 '압박'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6 13:38:46
"'떠다니는 관' 속 살인, 착취 시달리는 로힝야 난민들"
유엔·미국, 동남아 국가에 로힝야족 지원 '압박'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종교적 박해와 가난을 피해 무작정 바다로 나간 미얀마 로힝야족과 방글라데시 난민들이 선상에서 살인, 착취, 굶주림의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아체주 랑사에서 구조된 '보트피플'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겪는 참상을 생생히 전했다.
로힝야족인 마누 아부둘 살람(19·여)은 인터뷰에서 "보트 생활이 이토록 참혹할 줄 알았다면 차라리 미얀마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800여명의 난민과 함께 목선에 올랐던 살람은 물과 음식이 바닥나면서 날카로워진 난민들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면서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살람은 "방글라데시인들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우리(로힝야족)를 공격해 오빠가 죽었다. 시신들은 바다로 내던져졌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방글라데시 출신 난민 사이둘 이슬람(19)도 "석 달간 표류하면서 굶주림과 부상으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더는 견딜 수가 없어서 물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선장은 우리를 채찍으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장이 우리 마을로 와서 말레이시아로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하더니 바다로 나가니까 수백 달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면서 가족에게 전화를 하라고 시켰다"고 폭로했다.
태국에서 구조된 로힝야족 난민 모하메드 살림(30)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브로커가 말레이시아로 가려면 4천 링깃(미화 1천100달러·한화 122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동남아 각국은 2주 전부터 난민들을 배로 실어보내는 인신매매 조직에 대한 엄중 단속에 들어갔으나, 오히려 단속이 난민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랑사에서 구조된 난민들은 선장이 누군가로부터 연락을 받고 엔진을 망가뜨린 뒤 혼자 도망치는 바람에 굶주림에 시달리면서 바다 위를 떠다녔다고 전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난민들의 입국을 거부하는 동남아 주변국들을 향한 압박에 나섰다.
전날 주변국들에 국경 개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조만간 동남아 지역 정상들과 만나 난민 문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이 밝혔다.
하크 부대변인은 "우리는 난민들이 '떠다니는 관' 속에 있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태국 외교당국에 난민들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5일 뒤에 만료 예정인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 연장안을 의회에 제출해 난민 발생의 근본 원인인 로힝야족 박해 중단을 간접 촉구했다.
그러나 로힝야족과 같은 이슬람교 신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조차 더는 난민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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