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분쟁 파타와 하마스, 난민수용소에서 전례 없는 협력 실험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5 16:28:50

유혈분쟁 파타와 하마스, 난민수용소에서 전례 없는 협력 실험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이스라엘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도 반목과 분열을 일삼던 팔레스타인의 양대 정파 파타와 하마스가 레바논의 한 팔레스타인 난민수용소에서 전례없는 협력 관계를 구가하고 있다.

이는 극단주의 이슬람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위협에 공동대처할 필요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으로 발견한 새로운 화해와 협력 모델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민주주의와 실용주의 질서를 팔레스타인 주류 정치에, 더 나아가 `아랍의 봄' 봉기를 부른 여러 혁명운동에도 확산시킬 수 있는 씨앗이 될지 주목된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는 14일(현지시간) 지난해 여름부터 하마스와 파타간 평화체제 실험이 진행중인 레바논 남부의 아인 엘 힐웨흐 난민수용소에 대한 르포에서 이 정치 실험을 수용소 지도자의 표현을 빌려 `총구 민주주의(the democracy of the gun)'라고 소개했다.

IS세력이 수용소에 발붙이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하마스와 파타가 공동 구성, 운용하고 있는 치안기구인 '팔레스타인공동보안위원회(PJSC)엔 두 정파 외에 다른 잡다한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무장파벌들은 물론 종교와 어울릴 수 없는 마르스크주의자들도 참여했다.

담과 가시철망, 레바논군 검문소로 둘러싸인 1㎢의 면적에 10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부대끼며 살고 있는 이 수용소는 그동안 호전성의 대명사였고, 때로는 레바논 정부군, 때로는 이스라엘군, 심지어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쫓기는 도망자들의 은신처였다.

지난 4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방계 조직원 한 명이 무기 밀거래 문제로 다툼 끝에 수용소로 끌려 들어와 살해된 사건은 수용소내 새 질서의 시험대가 됐다.

수용소 내에선 용의자 2명이 즉각 체포됐고, 보안위의 17인 평의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투표를 통해 이들의 신병을 레바논 당국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과거 같았으면 "용납할 수 없는 배신행위"였다.

용의자들을 직접 레바논군에 넘긴 수용소 관계자는 "이슬람 파벌들은 통상 이에 반대하지만, 이번엔 달랐다"며 "숨진 사람이 레바논인이어서 우리가 레바논 당국에 협력하지 않으면 수용소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3의 용의자가 한 파벌의 비호 속에 아직 수용소에 은신 중인 것은 새 체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헤즈볼라와 레바논 정부가 사정을 봐주고 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정파들이 지난 여름 반목을 그만두고 뭉치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는 IS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야르무크 팔레스타인 난민수용소에 침투한 것이었다.

그동안 손잡기를 주저하던 파타와 하마스는 IS가 야르무크에서 지지자들을 규합하면 레바논에 있는 팔레스타인 수용소들도 무사하지 못하게 되고, 그 때문에 외부세력이 수용소를 파괴하게 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지난 2007년 북부 레바논에 있는 난민수용소에서 지하디스트들과 레바논군 간 전투 끝에 수용소 전체가 파괴돼 2만 7천 명의 난민이 오갈 데가 없어진 일이 있었다.

파타와 하마스는 이를 거울삼아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문제를 논의해 오면서도 미적거리다가 시리아로부터 날아든 불똥에 기겁, 최초의 파타-하마스 화해체제를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지난 2011년 시리아 사태 후, 그러잖아도 과밀상태인 이 수용소에 난민 2만 명이 추가로 몰려드는 바람에 평의회 의장인 무니르 마크다흐의 집무실마저 한때 난민들에게 내줘야 할 정도로 시리아 사태는 이 수용소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마크다흐가 소속된 파타가 보안위 운영비 70%를 대고 나머지를 하마스가 부담하고 있다. 수용소 입구 검문소에선 레바논군이 출입차량을 검문하지만, 수용소 내부 치안은 각 정파로 혼성된 보안 대원 400명이 맡고 있다.

수용소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도 새 체제에 순응하는 편이다. 은신처를 찾아든 극단주의 수배자들도 수용소 내에선 납작 엎드려 있다.

마크다흐 의장은 지난 3월엔 인근 미에흐 미에흐 수용소까지 새 체제로 편입하는 데 성공했다.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보안관계자들은 이 실험이 계속 성공해 레바논 내 모든 팔레스타인 난민수용소로 확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포린 폴리시는 말했다.

이스라엘을 사이에 두고 각각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파타와 하마스는 유혈분쟁까지 마다하지 않고 다투다가 지난해 통합정부를 수립하긴 했지만, 명목상일 뿐 여전히 각자의 지배권을 유지한 채 내분 상태이다.

특히 지난해 11월엔 파타 설립자인 야세르 아라파트 전 PLO 의장의 10주기 추모식을 앞두고 파타 소속 원로들을 겨냥한 10여 건의 폭발물 공격이 발생하자 파타는 하마스의 소행이라고 단정하는 등 내분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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