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대회' 대상 오양가 씨
"한국 배달문화 온몸으로 체험…랩으로 발음 연습"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4 17:33:47
△ 몽골 오양가씨 18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대상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제18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몽골 출신의 오양가(고려대 경제학과)씨가 대상을 수여받은 뒤 심사위원장인 최상진 경희대 교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종대왕 탄신 618주년 기념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과 연합뉴스가 공동 주최했다. 201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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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한국어 말하기대회' 대상 오양가 씨
"한국 배달문화 온몸으로 체험…랩으로 발음 연습"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끝내주는 한국의 배달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했어요."
14일 '제18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은 '밤에 먹는 배달음식의 매력에 빠졌다'는 몽골 유학생 울치코타크 오양가(20·여) 씨의 차지였다.
한때 발레리나를 꿈꾸던, 날씬한 몸매의 여대생이 야식 때문에 한국에 온 지 두 달 만에 12㎏이 쪘다는 사연은 청중의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여기에 한국인 못지않은 정확한 발음과 표현력은 심사위원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다.
오양가 씨는 이날 대회가 끝나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상을 받을 줄 몰랐다"며 "처음 도전하는 대회라 부담이 컸는데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데 집중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 세계 39개국 1천241명이 지원한 이번 대회에서 오양가 씨는 원고 심사와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15명과 최종 경쟁을 벌였다.
쟁쟁한 참가자들 틈에서도 "장소 불문하고 배달이 가능한 배달의 민족이 정말 감탄스럽다"거나 "덕분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크게 집을 짓고 앉았다"는 그의 유머러스한 표현은 자연스러운 발음과 어우러지며 청중의 호응을 끌어냈다.
가장 좋아하는 야식으로 '치맥(치킨+맥주)'을 꼽은 오양가 씨는 "예전에 서빙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사람들이 먼저 말을 안 하면 몽골인이라는 걸 잘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몽골인이라고 믿기 어려운 정확한 발음에는 특별한 비결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국의 랩 음악.
"고등학교 때부터 K팝에 빠져 2년 동안 한국어를 배웠어요. 발음이 안 좋은 게 너무 싫어서 일부러 아웃사이더의 '외톨이' 같은 어려운 랩을 골라 연습했죠. 덕분에 발음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발레를 한 오양가 씨는 집안 형편 때문에 발레를 그만둔 뒤 학업에 매진했다.
몽골에서 열린 한국노래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며 어학연수 장학금까지 받은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에 온 뒤 지난 2013년 고려대 경제학과에 당당히 입학했다.
"처음에는 경제학이 재미가 있지 않았는데 국제무역과 회계 수업을 들으니 국제 관계가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앞으로 국제경제 쪽으로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오양가 씨는 대상 상금(120만 원)의 일부를 고향 울란바토르로 보낼 생각이다. 아버지 사업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한국 유학이 인생에서 가장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그는 "나를 가르쳐주고 키워준 한국에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과 연합뉴스가 공동 주최한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을 위한 축제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1998년 시작돼 매년 1천 명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로 성장했다. 올해는 '한국에만 있다! 없다!"와 '한국 문화 체험'을 주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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