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월> ② '제재' 동병상련에 경제개발 목적 공유(끝)
북러, 북한 3차 핵실험-우크라 사태 계기 경협 가속
우주개발 등 군사분야와 정치분야로 협력 확대될 듯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4 12:00:25
△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푸틴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② '제재' 동병상련에 경제개발 목적 공유
북러, 북한 3차 핵실험-우크라 사태 계기 경협 가속
우주개발 등 군사분야와 정치분야로 협력 확대될 듯
(서울=연합뉴스) 정규득 기자 = 북한과 러시아 간의 새로운 밀월관계는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 떨어진데 따른 결과다.
국제적 고립에서의 돌파구 마련과 경제난 타개라는 공통된 과제를 이행하는데 국경을 맞댄 서로가 최적의 파트너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지난 2013년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최대 후견국이자 혈맹이었던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든든한 우방이 절실해졌다.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동참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동조하면서 북한과 거리 두기를 분명히 했다.
G2(주요 2개국)의 반열에 오른 중국은 시진핑 체제 들어 국제사회의 규범을 끝없이 외면하는 북한에 대한 피로감을 지속적으로 표출했다.
특히 북한이 2013년 말 친중파인 장성택을 전격적으로 처형한데 이어 지난해 초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북한이 러시아에 접근하는 또다른 이유는 경제협력의 필요성이다.
북한은 외부의 도움 없이는 경제발전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의 거듭된 도발에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사방이 꽉 막히다 보니 남은 출구는 사실상 러시아 뿐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접근하는 이면에는 '강한 러시아'를 추구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2년 연방정부에 극동개발부를 신설한데 이어 2013년에는 극동지역을 전략적 중심지로 설정하는 등 극동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구감소 문제를 외국기업 투자 유치를 통해 극복하고, 불황이 계속되는 유럽 대신 아시아로 눈을 돌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는 동북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아시아 태평양 국가와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Pivott Asia)에 맞서겠다는 외교 전략과 맞닿아 있다.
2012년 9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유리 트루트녜프 부총리(4월)와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극동개발부 장관(3월과 10월) 등 극동 출신 고위급 인사가 잇따라 방북한 것은 이 지역 개발에 대한 푸틴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루트녜프 부총리는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를 겸하고 있고 갈루슈카 장관은 극동 개발의 총책임자다.
러시아가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에 군사개입을 한데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강력한 제재로 응수하면서 러시아의 대북 접근은 한층 가속되는 양상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1948년 국교 수립 이후 북중관계와 중러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때로 가까워졌다가 때로는 멀어지는 등 부침을 거듭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 중국을 자극하려는 북한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정세변화에 따라 구사됐던 김일성의 '줄타기 외교'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대외 관계에서 '자주'를 중시하는 북한이 과중한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했다는 점에서 반드시 중국과 연관지을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 관심은 양국의 경제협력이 정치나 군사 등 다른 분야로 확산할 것이냐다. 군사협력은 한반도의 안보지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두 나라는 지난 3월 광복 70주년인 올해를 '친선의 해'로 선언하면서 "정치와 경제, 문화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목적을 밝혔다.
앞서 북한의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작년 11월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찾아 공동 경축행사 개최와 대표단 교류에 합의했다.
당시 노광철 군 부총참모장은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을 만나 군사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올해 합동 군사훈련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올해 들어서는 리용남 북한 대외경제상과 리수용 외무상, 배학 원유공업상 등이 잇따라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최근 김정은의 러시아 전승절 참석 불발로 양국 관계에 이상기류가 감지됐지만,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대신 참석하면서 갈등 요소는 일단 정리된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몰고 온 지정학적 환경이 계속 유지되는 한 양국 협력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데 무게를 싣는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양국 간에 군사대화 활성화와 우주개발 협력 등이 논의되는 등 협력 관계가 다방면으로 확대될 조짐이 있고 그런 일련의 흐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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