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 태산이·복순이 '바다 방류 작전' 개시

서울∼제주 550㎞ 무진동 특수차·전세기 실려 8시간 이동
2개월간 정주항서 적응 훈련 후 방류…늘어난 태풍이 관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4 10:58:23


남방큰돌고래 태산이·복순이 '바다 방류 작전' 개시

서울∼제주 550㎞ 무진동 특수차·전세기 실려 8시간 이동

2개월간 정주항서 적응 훈련 후 방류…늘어난 태풍이 관건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불법 포획돼 공연 무대에 올려지며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던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수컷)와 복순이(암컷)의 '고향 바다 돌려보내기' 특별 작전이 14일 시작됐다.

돌고래들은 충격을 최대한 줄이도록 특수 제작된 '무진동 차량'과 '아시아나 특별 전세기'를 번갈아 타며 서울대공원서 제주까지 8시간 가까이 무려 550여㎞를 이동한다.

제주에 도착하면 2개월 간 먹이 훈련·다른 돌고래와의 교감 훈련 등을 거쳐 2013년 먼저 제주 바다로 방류된 제돌이 등 동료 3마리를 따라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된다.

◇ '진동·소음' 조심! 조심!…무진동 특수차·전세기 동원 550여㎞ 이동

남방큰돌고래를 서울에서 안전하게 제주 바다로 옮기는 작업은 이날 새벽 일찍부터 시작됐다.

오전 5시 30분께 포획 및 채혈 등 사전 건강 체크가 이뤄졌다. 민감한 돌고래들이 혹 놀랄까?, 먼 길을 떠나기 위한 갖가지 준비 작업이 빠짐없이 진행됐다.

태산이와 복순이는 오전 7시께 '무진동 차량'에 실려 서울공원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특별 전세기에 실려 제주를 향했다. 제주 도착 시간은 낮 12시께다.

돌고래들은 제주에 도착하면 다시 무진동 차량에 옮겨져 목적지인 조천읍 함덕리 정주항에 임시 정착한다. 크레인으로 1마리씩 순서대로 어선에 옮겨져 정주항 방파제로부터 200m 떨어진 가두리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이날 총 이동 거리만 550여㎞에 이르고, 소요 시간도 8시간 가까이 된다.

모든 작업은 돌고래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와 서울대공원 수의사·사육사를 포함해 고래연구소 연구원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태산이와 복순이가 머물게 될 함덕 해역은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자주 지나는 길목으로 방류될 돌고래들이 야생 돌고래들과의 교류 등 최종 훈련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평가된 곳이다.

가두리는 직경 22m·깊이 6m의 원형 형태 구조물로 2013년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 등 3마리가 훈련을 받던 가두리보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모양과 기능은 똑같다.

이들은 앞으로 야생 개체군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지 않고 무리에 잘 합류하기 위한 교감 훈련과 활어를 잡아먹는 먹이 훈련 등 2개월 간 훈련을 거쳐 야생 바다에 방류된다.

◇ 방류 6월말∼7월초 유력…성공 여부 '태풍이 관건'

정확한 방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훈련 일정대로 잘 진행된다면 6월말 또는 7월초가 유력하다.

그러나 이번 방류작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태풍'이다. 올해 부쩍 발생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올들어 5월 현재까지 북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모두 7개다.

지난 11∼12일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제6호 태풍 '노을'이 북상하며 제주도와 남부 지역에 침수, 고립 등 갖가지 피해를 낸 데 이어 제7호 태풍 '돌핀'이 매우 강한 중형급 태풍으로 성장해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

현재로선 제주를 직접 강타하며 큰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세력이 강하기 때문에 제주 해상에 높은 파도와 너울 등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5월까지 봄철에만 태풍이 7개가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년과 비교해 3배가 넘는 수치다. 그 규모와 세력도 매우 강해지고 있다.

태산이와 복순이의 야생 적응이 늦어져 방류가 지연된 상태에서 태풍이 제주에 직접 불어닥친다면 가두리 시설이 훼손되거나 자칫 돌고래가 가두리 그물에 감겨 폐사할 수도 있다.

또 완전히 야생에 적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방류 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2013년 6월 22일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의 야생 적응 훈련 당시 태풍 '리피'의 간접 영향으로 삼팔이가 가두리를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한 파도와 너울 때문에 그물 밑부분이 바위에 걸려 30㎝가량 찢기며 구멍이 생겼고 삼팔이가 이 틈을 통해 빠져나간 것이다.

당시 삼팔이는 야생 적응력이 제돌이와 춘삼이보다 월등히 앞서 다행히 야생 남방큰돌고래 무리에 곧바로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태산이와 복순이는 다르다. 불안정한 감정상태에 기형이기 때문이다.

고래연구소 관계자는 "입 주둥이 윗부리가 일부 잘리고, 입이 비뚤어지는 등 태산이와 복순이가 기형이고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보여 100% 방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도 "활어를 잡아 먹기도 하고 예전과 다른 활동적인 모습을 회복하고 있어 야생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직경 22m·깊이 6m의 원형 형태인 현재 가두리가 제주 함덕 해안에서 아직 찢어진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물 등 가두리 시설에 대한 확인·점검을 철저히 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태산이와 복순이는 제주의 한 공연업체에 팔려 돌고래쇼에 동원됐다. 이후 대법원이 2013년 이들 돌고래를 사들인 쇼 업체에 몰수형을 선고해 비로소 풀려났다.

당시 함께 불법 포획돼 돌고래쇼에서 고생한 친구 제돌이 등 3마리는 2013년 먼저 바다로 돌아갔다.

그러나 태산이와 복순이는 기형과 건강 문제로 함께 방류되지 못하고 서울대공원에서 보호를 받았다.

해수부는 자연 복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바다 방류를 결정했다.

외형적인 기형보다는 불안정한 감정이 더 큰 문제인 만큼 자연 속에서 돌고래 개체군과 어울려 치유하는 것이 가장 좋은 처방전이라고 판단했다.

태산이와 복순이의 방류에는 해수부를 비롯해 해양환경관리공단,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서울대공원, 시민단체, 함덕어촌계 등이 힘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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