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살특공대의 유서, 세계유산 추진' 회견…세계 언론 싸늘
"총력전 보여주는 자료, 수량 늘려 신청"…물타기 전략 가능성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3 18:31:19
△ 진주만에서 인양되는 일본군 전투기(AP=연합뉴스 자료사진)
日 '자살특공대의 유서, 세계유산 추진' 회견…세계 언론 싸늘
"총력전 보여주는 자료, 수량 늘려 신청"…물타기 전략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한 지방 도시가 2차 대전 당시 자살 특공대의 유서를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하겠다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각국 언론이 상당히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이 지방시는 특공대를 장기간 연구한 미국 출신 교수까지 대동한 회견에서 절대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으나 이들이 내놓은 답변을 보면 역사 인식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기 어려웠다.
일본 미나미큐슈(南九州)시가 13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소재 외국특파원협회에서 전쟁의 비참함을 후대에 전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가르침을 전하는 자료로 삼도록 이른바 '가미카제(神風) 자살특공대'의 유서 등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는 구상을 밝히자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추천 대상 기록이 보관된 미나미큐슈 소재 '지란(知覽)특공평화회관'에 가봤더니 특공대의 죽음을 고귀한 희생으로 묘사하는 듯했고 회견에서 설명한 총력전의 비참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취지와 달리 세계기록유산이라는 명성을 이용해 이를 입맛대로 악용하려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고 전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논해봤느냐는 물음도 있었다.
또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해 등재가 유력한 23개 산업 시설 가운데 7개가 강제노역 현장이라서 논쟁이 이는 가운데 특공대 유서를 기록유산으로 신청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시모이데 간페이(霜出勘平) 미나미큐슈 시장 등 참석자가 내놓은 답변은 여러 의문과 비판에 답변이 되기에는 충분하지 못해 보였다.
시모데이 시장은 지란회관을 방문한 이들은 누구나 비참한 전쟁을 다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전시물이 오해를 주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전쟁의 책임에 관해서는 "시는 유족이 기증한 자료를 보관하는 자치단체이며 그에 관해 답할 입장이 아니다"며 역사 인식을 명확히 하지 못했다.
역시 전쟁 기록물임에도 중국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하려고 하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나 난징(南京) 학살 관련 기록에 대한 의견을 묻자 상당히 다른 반응이 나왔다.
시모데이 시장은 "그것은 큰 문제이므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언급할 일이 아니다"고 답변을 피해 동석한 모데카이 셰프탈 시즈오카(靜岡)대 교수가 '유효하고 확실한 것이라면' 역시 기록유산 자격이 있다고 반응한 것과 차이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미나미큐슈시 측은 특공대 유서 등 관련 기록이 전쟁의 실상을 알리는 자료라며 미시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통해 참상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참혹하다는 수준을 넘어 일본이 식민지배와 침략으로 타국에 피해를 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지 않았으며 가해국이 피해국에 당연히 표명해야 할 '사죄'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지란회관 홈페이지의 역사적 배경 설명은 미국이 영국, 중국, 네덜란드 등과 일본을 경제적으로 봉쇄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쟁을 하게 됐다는 식으로 기술했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나 아시아 침략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13일 회견에서는 특공대의 유서를 기록 유산으로 만들기 위한 미나미큐슈시의 전략도 가늠할 수 있었다.
시는 유서나 편지 등 특공대의 글뿐만 아니라 이들과 교류한 학생, 어린이의 글, 일본의 여성들이 이들에게 보낸 인형, 메시지 등을 포괄해 작년에 탈락한 심사 때 제출한 것(333점)보다 자료의 수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들 자료는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해 국가 전체가 동원된 총력전의 실태를 보여주는 사료이며 공적 기록의 부족함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시의 주장이다.
전반적으로 다른 여러 자료와 함께 신청하고, 사료로서의 가치를 강조해 특공대 자체에 방점이 찍히는 것을 피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최근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 일본 내 조선인 강제동원 시설 7곳이 다른 16개 시설과 함께 추천돼 세계문화유산 등록 권고를 받은 점을 고려할 때 일종의 물타기 전략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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