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 "아이티 식민지배 도덕적 부채"…배상은 '외면'

"역사는 못 바꾸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첫 국빈방문에 항의시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3 16:14:33


올랑드 "아이티 식민지배 도덕적 부채"…배상은 '외면'

"역사는 못 바꾸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첫 국빈방문에 항의시위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프랑스 대통령으로는 처음 아이티를 국빈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샹드마르스 광장에 도착하자 200여 명의 시위대가 그를 맞았다.

17∼18세기 프랑스의 노예 착취와 노예 거래를 비롯한 식민지배에 항의하고 배상을 촉구하는 시위였다.

프랑스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야만적인 노예 착취를 통해 아이티를 가장 수익이 많이 나는 식민지로 만들었다.

프랑스의 투자를 기대하는 아이티 정부와 재계가 그를 환영한 것과 달리, 일부에서는 올랑드 대통령의 방문이 1804년 아이티를 세계 최초의 흑인 공화국으로 만든 노예 반란을 상기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 전했다.

아이티는 독립 이후 프랑스가 '식민지 졸업 대가'를 요구하며 함대를 동원해 무역거래를 봉쇄하자 1825년 '독립 부채' 1억5천만 금프랑을 지불하기로 합의해줬다. 잃어버린 식민지와 노예들에 대한 보상 명분이었다.

보상금은 나중에 9천만 금화로 줄었지만 이 부채로 아이티는 완전히 피폐해졌다. 아이티는 1947년까지도 프랑스와 미국 은행들에 빚을 다 갚지 못할 정도였다.

흙먼지가 자욱한 비포장 도로에서 만난 물장수 장-마르크 부셰는 "아이티가 오늘날 고통을 겪는 이유는 프랑스에 우리의 자유의 대가를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독립에 대한 형벌을 치르지 않았다면 훨씬 더 나은 시대를 살았을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당일치기 방문' 항의시위에 참여한 로스쿨 학생 짐 루시엥은 "노예 착취와 독립부채에 대한 배상금을 갖고 오지 않았다면 결코 환영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예 해방의 주역인 아이티의 영웅 투생 루베르튀르 조각상에 화환을 건 올랑드 대통령은 "역사를 바꿀 순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며 아이티의 교육제도 현대화에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미셸 마르텔리 대통령에게 약속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아이티에 대한) 도덕적 부채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아이티 일부에서 요구해 온 골치아픈 식민지 배상금 문제는 언급을 회피했다.

그는 "여러분은 도움이 아니라 개발을 원한다. 여러분은 복지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투자를 원한다"는 말도 했다.

마르텔리 대통령은 프랑스가 아이티에 강요한 보상금을 '거대한 부당함'으로 묘사했지만 "어떤 배상도 오래전에 일어난 일을 되돌린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아이티 방문에 앞서 지난 10일 서인도제도의 과들루푸섬을 방문해 노예거래에서 프랑스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부채'란 표현을 썼다. 프랑스 관료들은 '부채'란 말이 금전적 차원이 아니라 도덕적 부채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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