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절벽 막자"…임금피크제 등 다각 대책 추진
정부, '高연봉자 임금인상 자제'도 제안…노동계 반발 해소가 관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2 16:59:47
"청년 고용절벽 막자"…임금피크제 등 다각 대책 추진
정부, '高연봉자 임금인상 자제'도 제안…노동계 반발 해소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내년 60세 정년연장을 앞두고 정부가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년 연장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질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여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난이 더 악화할 우려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청년 고용절벽'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정부는 임금피크제와 고액연봉자 임금 인상 자제 등 다각적인 방안을 동원해 청년 고용절벽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이에 반발하는 노동계를 어떻게 달래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이다.
◇ 최 부총리 "3년 동안 청년고용 대란"…대책 마련 시급
최경환 부총리는 11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 정년이 60세로 연장될 예정인 가운데 올해 이미 '청년 고용절벽'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내후년까지 3년 동안 '청년 고용대란'이 우려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 부총리의 경고는 내년 정년연장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청년 고용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내년부터 공공기관과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 2017년부터는 300인 미만 기업에서도 60세 정년이 의무화된다.
정년연장법은 급속한 고령화로 노년층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지자 그 대책으로 마련된 법이다. 문제는 그 법이 청년 고용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기업 377곳의 올해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체 채용규모는 지난해보다 3.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신규채용 계획이 있거나 이미 채용했다고 답한 기업은 59.1%에 그쳤다. 이는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치다.
신규 채용이 없거나 채용 규모를 줄이는 대기업의 36.5%는 '정년연장·통상임금 문제'를 가장 주된 이유로 꼽았다. 정년연장 문제가 청년고용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의 한 인사 담당 임원은 "정년연장의 취지는 좋지만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인건비 부담을 우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별다른 대책 없이 정년연장을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면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 '임금피크제·高연봉자 임금인상 자제' 추진
정부는 정년연장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적극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와 고액 연봉자 임금인상 자제가 대표적이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책으로 꼽힌다. 정년을 연장하는 만큼 임금을 매년 줄여나가므로 고령 직원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이 재원을 신규 채용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 "임금피크제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정부는 내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56개 공공기관이 채택하고 있다.
정부는 기타 공공기관을 포함한 316개 공공기관 모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최대 8천명을 추가 채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공공기관에 이어 민간기업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도록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고액연봉자의 임금인상 자제도 청년고용 절벽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상위 10% 근로자 134만 7천명(평균연봉 8천826만원)의 연봉총액이 118조 9천억원에 달하므로, 이들의 임금인상률을 3%포인트 낮추면 3조 6천억원의 재원이 형성된다. 15만명 이상의 청년인력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규모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청년층의 평균 연봉이 2천181만원에 지나지 않아 고액연봉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므로, 상위 10% 고소득 임직원이 임금인상을 자제하면 대규모 신규 채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노동자에 책임 전가" 노동계 반발 무마가 관건
두 정책의 성공 여부는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고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공공 부문이야 임금피크제를 강제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은 노사 자율로 결정하는 만큼 정부 뜻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든 민간기업이 임금피크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경우 2016∼2019년 4년간 창출할 수 있는 신규 일자리는 최소 8만 8천명, 최대 13만 3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고액 연봉자의 임금인상 자제도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결정되는 만큼 노동계가 이에 얼마나 협조하는지가 관건이다.
노동계는 기업의 신규채용 감소가 전반적인 불황과 투자 위축에서 비롯된 문제인데, 이를 노동자의 희생을 통해 달성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한다.
한국노총의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대기업이 수백조원의 유보금을 쌓아놓고 투자와 신규 채용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노동자 탓이냐"며 "청년실업 문제마저 노동계에 책임을 전가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고용 안정이라는 대승적 목표를 위해 노사정이 대화와 합의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사정 대타협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익보다는 양보를 통해 서로가 뭘 얻을지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청년 취업난과 비정규직의 비애를 치료할 수 있도록 일자리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의 대표자들이 희생과 양보를 통해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