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엘 시스테마'…악기로 학생교육 나선 선생님들
경기교육청 13일 정부포상·교육감 표창 전수식…우수교원사례 소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2 16:32:44
한국형 '엘 시스테마'…악기로 학생교육 나선 선생님들
경기교육청 13일 정부포상·교육감 표창 전수식…우수교원사례 소개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한국형 '엘 시스테마(베네수엘라 청소년 예술교육 프로그램)' 정착에 앞장선 경기지역 교사들이 화제다.
전교생 47명으로 소규모 섬마을 학교인 안산 대부도 대동초는 리코더 선율이 끊이지 않는 학교로 유명하다.
리코더라고 하면 흔히 음악수업에 사용하는 약 30㎝ 길이의 소프라노 리코더를 떠올리는데, 대동초 학생들은 자신 키보다도 큰 그레이트베이스 등 다양한 화음을 내는 리코더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리코더는 처음에는 소리내기 쉽지만 악기종류별 운지법이 제각각이고 고음내기 등 고급 과정을 익히기가 쉽지 않아 성인들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지난 2년간 꾸준히 리코더 합주에 매진했고 매년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다. 작년에는 전국규모 대회에서 대동초 학생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손가락이 긴 고학년이 테너 베이스 리코더를 연주하고 저학년이 소프라노를 맡아 화음을 맞추다가 보니 리코더 연주가 학년 간 유대관계 형성은 물론 학생들의 정서안정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데에는 2013년 부임한 노일권(47·4학년 담임) 교사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다.
1991년 교단에 선 노씨는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가장 적합한 악기가 바로 리코더"라는 대학교 은사의 조언을 잊지 않고 교직생활 첫해부터 25년째 학생들에게 리코더를 가르치고 있다.
노 교사는 "악기연주를 시작한 뒤로 학생들이 조금씩 변하는 걸 보고 우리나라 식의 '엘 시스테마'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개인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데 부담을 갖지 않느냐"는 질문에 노 교사는 "힘들 때도 있지만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음악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에 힘든 것도 금방 잊게 된다"고 답했다.
2010년 20명으로 시작했다가 현재 6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로 자리 잡은 김포 금파중 금파오케스트라를 이끈 박은서(46·여·음악교과 담당) 교사도 '꿈과 행복을 지휘하는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박 교사는 청소년기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학교폭력과 연관이 높다는 판단에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방식을 도입해 오케스트라를 운영했다.
그는 "정서적으로 불안했던 학생이 이제는 '오케스트라 때문에 학교에 다닌다'고 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며 "음악교육은 학생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학생이 공교육 내에서 예술교육 기회를 확대함은 물론 교사들의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뒤받쳐 줘야 한다. 그런 뒤에야 한국형 음악교육 체제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안산 대동초 노 교사를 비롯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학생교육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은 교사 2천여명은 오는 13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리는 제34회 스승의 날 기념 정부포상 및 교육감 표창 전수식에서 표창 상을 받는다.
도교육청은 스승의 날을 맞아 수상 대상자뿐만 아니라 김포 금파중 박 교사와 같은 우수교원사례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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