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권하늘 "WC16강·센추리클럽 둘 다 잡아야죠!"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2 09:31:17
여자축구 권하늘 "WC16강·센추리클럽 둘 다 잡아야죠!"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윤덕여호의 목표는 사상 첫 승리와 16강 진출이다.
이를 넘어 8강까지 올라가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이 세워진다. 한국 여자 축구가 첫 국제축구연맹(FIFA) 센추리클럽 가입자를 배출하게 된다.
베테랑 미드필더 권하늘(27·부산 상무)이 주인공이다.
2006년 불과 18살의 나이에 태극마크를 단 그는 9년간 꾸준히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94경기 15골을 기록중이다.
윤덕여호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과 평가전을 치른다. 권하늘이 이 경기에 출전하고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하면 출전 경기 수가 98경기가 된다.
대표팀이 목표인 16강을 넘어 8강까지 오르는 '대업'을 이룬다면 권하늘은 딱 100경기를 채울 수 있다.
11일 파주 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권하늘은 "목표는 크게 잡으라고 했잖아요. 아주 쭉쭉 올라가야죠. 월드컵에서 100경기를 채우는 것만큼 짜릿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활짝 웃었다.
남자 선수 가운데 센추리클럽 가입자는 지난해 100경기 출전을 달성한 이동국(전북 현대)까지 9명이다. 그러나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여자 선수는 한 명도 없다.
A매치 데이에 빠짐없이 평가전을 치르는 남자 대표팀과는 달리 여자 대표팀은 국제대회 출전 말고는 A매치를 치를 기회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렸던 러시아와의 평가전은 여자 대표팀이 국내에서 치른 17년만의 평가전이었다.
이런 환경 탓에 여자 축구에서 센추리클럽 가입자를 배출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정도로 여겨졌다. 권하늘의 94경기 출전은 기복이나 큰 부상 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쳐왔기에 가능했다.
권하늘은 '권 중사'다. 그는 "군인이라는 안정된 신분이어서 더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씩 웃었다.
여자축구 WK리그는 드래프트를 통해 신인 선수를 선발한다. 이 때 상무의 지명을 받으면 3년간 꼼짝 없이 군인으로 살아야 한다. 복무기간을 다 채울 때까지는 이적도 당연히 불가능하다.
축구를 계속 하려면 '반 강제'로 입대를 해야 하는 셈이다. 20대 초반의 꽂다운 여자 선수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한 일이다.
권하늘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는 "솔직히 가기 싫었어요. 그런데 군인이 되지 않으면 축구를 더이상 못하는 거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입대했죠"라고 당시 심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어 "지금은 정말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세상에 군대만큼 좋은 직장이 어디있나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지난해 20년 장기복무 자격을 얻었다. 앞으로 무려 20년동안 군대에서 축구 선수나 코치로 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혜택을 준 군에 보답하기위해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반드시 우승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월드컵 첫승, 첫 16강 진출, 센추리클럽 가입, 세계군인체육대회 우승…. 아∼ 올해 이뤄야 할 게 정말 많네요! 군인 정신으로 싹쓸이 해 보이겠습니다!"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한 권하늘의 익살 섞인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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