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11만여척 오가는데 해양오염대응 여전히 부실
유해화학물질 선박 사고 연 11건…안전처 "방제선박 2017년 배치"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1 12:00:07
△ 동해항 동방 1마일 해상에서 해양오염사고 방제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조선 11만여척 오가는데 해양오염대응 여전히 부실
유해화학물질 선박 사고 연 11건…안전처 "방제선박 2017년 배치"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2013년 12월29일 오전 2시 부산 태종대 남동방 9.2마일 해상에서 선박 충돌사고가 났다.
케미컬(화학물질)운반선 '마리타임 메이지'(MARITIME MAISIE·2만 9천211t·홍콩선적)호가 화물선 '그래비티 하이웨이'(GRAVITY HIGHWAY·5만 5천t)호와 충돌, 화재가 발생한 사고였다.
인화성이 강하고 폭발 위험이 큰 유독성 화학물질 2만 9천337t을 실은 케미컬운반선에서 난 불은 18일간 계속됐다.
사고 초기, 해경이 화재진화와 방제를 시도했으나 적절한 장비를 갖추지 못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커녕 요원들이 유독가스를 마셔 치료를 받아야 했다. 케미컬운반선 처리는 결국 일본 해상보안청이 맡았다.
당시 부실한 해양오염사고 대응력에 대한 비판이 거셌지만 그 때뿐, 장비·인력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석유화학제품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대형재난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우리 해역에서 발생한 유해화학물질(HNS, 원유류 제외) 운반 선박 사고는 매년 11건 정도다.
2005년부터 10년간 발생한 HNS 유출사고는 28건이며 유출량은 2천572t이다.
HNS를 포함해 석유화학제품과 원유류의 해상물동량은 연간 2억 6천752만t(2013년 기준)으로, 해양오염사고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앞으로 '동북아 오일허브사업' 등이 속도를 내게 되면 위험성은 더 심해질 것이란 게 해경안전본부의 전망이다.
유조선 운항은 작년 11만 3천394척에서 2040년 16만여 척으로 4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경안전본부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해양오염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해양오염에 대응할 필수장비·인력 부족과 지휘체계 혼선 등 고질적 문제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HNS 유출사고 대응에 필요한 전용 방제선박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출범한 안전처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양오염사고 지휘체계를 정비하고, 방제장비 보강에도 나선다.
해경안전본부는 올해부터 300t급 HNS 전용 방제정 건조를 추진, 2017년에 울산항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HNS 전용 방제정은 유증기와 독가스 등으로 뒤덮인 사고현장에서도 안전하게 수습작업을 펼칠 수 있는 장비와, 사고선박을 해안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예인설비 등을 갖췄다.
정부는 또 해양오염사고 대응 때 지휘에 혼란이 없도록 '컨트롤타워'를 해양수산부에서 안전처 해경안전본부로 이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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