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익수 "승우·승호도 팀도 나도 '과정' 속에 있다"
U-18 축구 대표팀 감독 "당돌함·경기장서 번뜩이는 재치는 돋보였다"
"경기출전 못해 경기력 저하로 풀타임 출전 어려웠다…사랑 뿐아니라 직언도 필요"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1 09:23:26
안익수 "승우·승호도 팀도 나도 '과정' 속에 있다"
U-18 축구 대표팀 감독 "당돌함·경기장서 번뜩이는 재치는 돋보였다"
"경기출전 못해 경기력 저하로 풀타임 출전 어려웠다…사랑 뿐아니라 직언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지난 보름간 한국 축구 팬들의 입방아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사람은 안익수(50) 18세 이하(U-18) 대표팀 감독이다.
U-18 대표팀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에 열린 2015 수원 JS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 출전했다.
축구 열강인 프랑스, 벨기에, 우루과이를 상대로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3위를 기록했다. 출범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으며 이번이 불과 두 번째로 참가한 국제대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나쁜 성적은 아니다.
비난에 가까운 비판은 다른 지점에서 발생했다.
이번 대표팀에는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뛰는 백승호(18)와 이승우(17)가 선발됐다.
이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 탓에 소속팀에서 공식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이승우는 이런 점을 고려해 실전 경험을 주자는 취지로 '월반'해 선발됐다.
이들 '바르샤 듀오'가 한국 축구팬들 앞에서 기량을 선보이게 된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었다. 당연히 팬들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두 선수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이승우는 3경기 모두 선발 출전했으나 득점은 없었다. 1차전에서는 62분, 2차전에서는 68분, 3차전에서는 45분을 소화했다.
백승호가 경기장에서 뛴 것은 모두 더해 90분도 채 되지 않는다. 1차전에서는 후반 27분 교체 투입됐고 3차전에서는 전반전만 뛰었다. 2차전에서는 후반 종료 3분 전에야 투입됐다.
두 선수에게 짧은 출전 시간이 주어진 것을 두고 안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특히 3차전에서 두 선수는 동반 선발 출전했는데 안 감독은 미드필더인 백승호를 이승우와 함께 최전방에 놓은 것에 대해서도 팬들은 의아스러워했다.
연합뉴스는 안 감독을 만나 이같은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외부로 비치는 것과는 별개로 안익수호 안에서 두 선수가 실제로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안 감독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과정'이었다.
U-18 대표팀과 자신은 모두 수원에서 열릴 2017 U-20 월드컵으로 향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했다. 모든 것은 그 뒤에 평가받겠다고 했다.
또 백승호, 이승우는 한국 축구의 대들보가 돼야 하는 성장의 과정 속에 있다며 팬들에게 사랑과 함께 '직언'을 해줄 것도 부탁했다.
다음은 안 감독과의 일문일답.
-- JS컵 치르면서 마음고생이 심했겠다.
▲ 특별히 그런 것은 없다. 다 흥미롭고 감사하다.
-- 솔직히 안 감독 입장에서 감사할 게 뭐가 있겠나. 무슨 말을 해도 다 이승우나 백승호와 부정적으로 연관짓는 해석이 많았다.
▲ 승호나 승우가 이번 대회에 참가 안 했다면 우리 팀이 이렇게 관심을 받을 수 있었겠나. 선수들 모두 본인의 위치를 파악하고 앞으로 좀 더 책임감 있게 축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고무적인 부분이 더 많다.
-- 한국 축구에서 이렇게 감독과 선수 간의 대립 구도가 심하게 비친 적이 있을까. 그것도 A대표팀이 아닌 연령별 대표팀에서. 안에서야 어떻든 많은 팬들이 그런 시각으로 본다.
▲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그에 대한 우려. 주어진 환경에 대한 아쉬움. 여러 가지 것들이 교차하는 거다.
-- 무엇이 우려되나.
▲ 지도자는 평범한 선수는 좋은 선수로, 좋은 선수는 위대한 선수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쉬워서는 안 된다. 스포츠는 땀방울의 개수에 따라 성과가 결정된다. 이런 부분을 사람들이 더 많이 고심해야 한다.
-- 백승호와 이승우는 아직 그들이 땀방울을 더 흘려야 할 시기라는 것을 알고 있나.
▲ 승우와 승호뿐 아니라 U-18 대표팀의 모든 선수가 지금이 그런 시기라는 것을 더욱 공감해야 한다. 13∼15세에 대표로 뛴 선수 가운데 지금 U-18 대표팀에 살아남은 선수는 5명 뿐이다. 어떤 것도 특정 선수의 대선수로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과정을 어떻게 밟느냐에 따라 대선수로 성장할 확률을 높일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 과정이 쉬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백승호와 이승우를 옆에서 직접 지도해 보니 국내 선수들과 다른 점이 뭔가.
▲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일단 자기표현이 강하다. 뭐랄까. 나는 그것을 '당돌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당돌함은 선수가 성장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경기장에서 순간순간 터져나오는 번뜩이는 재치도 남다르다.
-- 두 선수 모두 바르셀로나에서 공식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다.
▲ 선수가 경기를 안 뛰면서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박주영(FC서울)을 보라. 모나코에 있을 때에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다. 그러나 아스널로 이적하면서 컨디션 저하가 오기 시작했다. 공식 경기를 안 뛰었으니까 그런 거다. 훈련만 가지고는 발전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경기를 뛰면서 상황마다 끊임없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 환경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점이 승호와 승우에게 나타났다.
-- 백승호와 이승우가 바르셀로나에서 어떻게 훈련하나.
▲ 둘과 대화를 나누며 훈련 스케줄을 체크해봤다. 워밍업 하고 러닝 하고 볼 소유 훈련 하고 전술 훈련 하고…. 이게 계속 반복된다. 다른 선수들은 이 훈련 프로그램을 마친 뒤 공식 경기에 출전하는데 승호와 승우는 훈련장에 남아서 다시 같은 훈련 프로그램을 똑같이 반복한다. 이게 장기적으로 이어지다 보니까 순간 대처 능력이나 판단력, 창조성 등이 느슨해진 것 같다. (공식경기에 뛰지 못하는) 이들이 처한 상황이 팬 입장에서는 좀안타깝고불안해 보일 거다. 지도자 마음도 똑같다.
두 선수의 몸상태를 현지 지인을 통해 수시로 체크한다던가, 실제 경기를 대표팀에서 치러 보니 이런 저런 부분이 문제가 됐다고 우리가 피드백을 제공한다던가 하는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 JS컵에서 이승우가 순간순간 보여준 뛰어난 플레이에 대한 찬사가 아주 많았다. 그런데 골은 못 넣었다. 결정적인 상황에 몸싸움에서 밀리는 모습도 보였다.
▲ 축구건 공부건 청소년들이 무언가를 이루려면 하나에 매진해야 한다. 그런데 나이가 어리다 보니 흔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승우, 승호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사랑도 좋지만 조언, 직언도 더불어 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이들이 빨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부탁도 하고 싶다. 사람마다 사랑의 양과 방식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느 누구도 한국의 유망주가 잘못되기를 원치 않는다. 좋은 선수로 성장해서 한국 축구의 대들보가 되기를 바란다. 나같은 지도자가 다가가는 방식, 팬 여러분이 다가가는 방식, 언론의 방식이 다 다르다. 그 방식들 모두를 존중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승호와 승우가 훨씬 단편적인 조언만 듣게 된다.
-- 백승호의 출전 시간이 매우 짧았다. 2차전에는 후반 43분에 내보내기도 했고.
▲ 승우보다는 승호의 컨디션이 더 많이 떨어져 있었다. 2차전에서 승호를 잠깐 넣은 것은 사실은 계획적이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방법 중에 프로로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게 있다. 승호에게 그렇게 한 것이다.
나는 이것이 승호가 바르셀로나로 복귀한 뒤 더 성장하려는 동기로 작용할 것으로 믿는다. 물론 마음의 상처도 받았을 수 있다. 승호 입장에서는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선수인데 한국에서 수모를 당한 거다. '내가 한 번 보여줄게' 하는 마음가짐으로 더 발전된 모습을 다음에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오기를 바란다.
-- 3차전에 미드필더인 백승호를 이승우와 함께 전방에 세운 이유는 뭔가
▲ 두 선수 모두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데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 A대표팀에서도 새로 선발된 선수가 자기 컨디션을 다 발휘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다. 두 선수가 같은 환경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서로 잘 안다. 서로 보완해주면서 한국 축구 팬들에게 실력도 자랑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배려한 것이다.
-- 백승호와 이승우는 한국 축구의 희망인가. 아니면 그라운드 위 11명중 한 명인가. 우문일 수도 있으나 어디에 방점을 두나.
▲ 지금은 동반성장이 중요한 시기다. 물론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면 좋다. 그러나 그 스타도 팀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선수들이 걸출한 능력을 발휘하려면 팀이 잘 돼야 한다. 그래야 모든 선수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팀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 두 선수는 그들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나. '스타 의식'이 생활에서 드러났는지.
▲ 하하(한동안 웃음). 주변 축구인들로부터도 그런 질문 정말 많이 받는다. 그렇지 않다.
승호는 한국 선수들보다 더 예절이 바르다. 승호는 바르셀로나 선수 아닌가. 그런데 이 선수가 우리 팀에 와서 훈련하고 생활하는 것을 보면 아무도 바르셀로나 선수인 줄 모를 것이다. 상당히 예절 바른 친구다.
승우는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있다. 이 친구가 가진 당돌함은 큰 무대에서는 자신감으로 작용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다른 선수들에게 승우의 당돌함을 닮으라고 말하곤 한다.
-- 이승우가 체격이 왜소한데 팬들의 기대만큼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까.
▲ 리오넬 메시랑 루이스 수아레스(이상 바르셀로나)를 봐라. 작은 것이 꼭 단점은 아니다. 체격이 우월하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도 아니다. 물론 잘 성장하기 위한 발전적인 여러가지 모색들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승우는 침투하는 움직임보다는 앞으로 나와서 볼을 키핑한 뒤 드리블을 통해 결정짓는 플레이가 특징이다. 그런데 이제는 또다른 뭔가가 있어야 한다.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공간을 잘 찾아서 움직이는 그런 플레이도 해야 한다. 이 부분은 대회 끝나고 지적을 해 줬다.
-- 그 지적을 이승우가 받아들이던가.
▲ 승우가 왜 안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은 승우가 반항적일 거라는 전제를 아예 깔아놓고 그런 시각으로만 본는 것 같다. 내가 본 이승우는 아주 순진하고 친근감 느껴지는 친구다.
이런 적이 있다. 파주 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선수들이 식사를 마치면 잔반 처리하는 아주머니들께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한 뒤 식판을 반납한다. 한 명도 빠짐 없이 똑같은 동선을 따라서 그렇게 한다. 그런데 승우는 그냥 인사 없이 가더라. 그래서 내가 승우를 조용히 불러서 말 해줬다. '권위는 스스로 세우는 게 아니라 주변의 관심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거다'라고. 그리고 식사를 다 했다고 생각하고 같은 동선으로 다시움직여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승우는 아까 한 것처럼 또 인사 없이 그냥 갔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커피까지 마시고 나서 다시 아주머니들 앞에 와서 '잘 먹었습니다!'라며 깍듯이 인사를 했다. 다른 친구들과 똑같은 방식은 아닌데 어쨌든 인사를 제대로 한 거다. 이승우는 그런 친구다.
-- 교체된 다음에 곧바로 라커룸으로 들어간다든지 하는 행동은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나.
▲ 자연스럽게 시간을 가지고 개선해야 한다. 조기유학을 보내는 경우 있지 않나. 아예 그 문화 속으로 들어가서 빨리 성장하기를 바라며 보내는 것 아닌가. 승우도 같은 이유로 열 네 살에 스페인으로 간 것이다. 승우가 익힌 그 문화를 우리가 이해해 줘야 한다.
이 친구들을 규율한다기보다는 끊임없이 조언을 해줘야 한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조급하게 바꾸려고 하면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이번 대회 통해 비난을 많이 들었다.
▲ 나를 비난하는 팬들께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나에게는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1번이다. 어느 누구와도 타협한 적이 없다.
팬들이 스타성 있는 선수가 경기를 뛰는 모습 많이 보고싶어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것을 이해하기에 나를 향한 비난에 신경이 많이 쓰이지는 않았다.
인터넷 댓글 등은 대회 기간에는 볼 시간이 없었다. 대회가 끝난 다음에는 우리 팀이 평가를 받아야 할 시기가 지금은 아니라고 봐서 보지 않았다. 물론 대한축구협회 직원 등을 통해 대강의 분위기를 전해 듣기는 했다.(웃음)
지금 우리 모두는 과정 속에 있다. 시간이 지나서 2017년의 U-20 대표팀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창조적인 축구를 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받겠다. 그 사이에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는 것들은 용납하지 않겠다.
-- 축구인 가운데 독서광으로 유명하지 않나. 선수들한테 책도 자주 선물한다고 들었다.
▲ 이 팀을 맡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시골의사' 박경철 선생의 '청소년을 위한 자기혁명'이라는 책을 읽은 것이다.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유소년 선수들에게 어떻게 목표의식을 심어주고 조언을 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거기에 있었다. U-18 대표팀 선수들에게 첫 소집 때 그 책을 선물했다.
-- 그러면 이승우는 이번 대회가 첫 소집이니까 그 책 못 받았겠네.
▲ (살짝 당황하면서) 내가 놓친 부분이다. 깜박 했다. 다음에 오면 한 권 줘야겠다.
-- 그런데 이승우가 또 U-18 대표팀에 뽑힐 기회가 있을까.
▲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이 연령대는 불과 3개월 동안에도 기량이 급성장하거나 급락할 수 있는 나이다. 본인의 노력이 없다면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 다르게 묻겠다. U-18 대표팀에서 이승우나 백승호를 또 보고 싶나.
▲ 그럼요. 그게 한국 축구의 발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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