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가요무대' 인기비결은 된장찌개 같은 맛

1천416회 방송…해외공연 9회, 지방공연 57회월요일밤 시청률 1위…"아이돌그룹도 출연하고 싶어해"

이현진 기자

winjinjin@hanmail.net | 2015-05-10 09:30:11

[부자동네타임즈 이현진 기자]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거나 갑자기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진중하고 투박한, 변하지 않는 맛을 보여 드린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면 비결 아닐까요."

KBS 1TV '가요무대'가 올해로 방송 30주년을 맞았다.

큰 화제를 끌고 다니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매주 월요일 밤 10시 각 방송국의 월화드라마에 맞서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사수하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 시청률을 다 합쳐야 '가요무대' 시청률과 비슷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2012년부터 '가요무대' 연출을 맡은 양동일 KBS PD는 "'가요무대'의 힘은 늘 곁에 있어주는 친구나 부모님 같은 꾸준함과 따뜻함"이라고 말했다.







◇시청자와 함께 호흡한 30년

"전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그리고 근로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사회자 김동건의 인사말로 시작되는 '가요무대'는 1985년 11월18일 첫 방송을 했다.

지금까지 방송된 횟수는 무려 1천416회. 57회에 달하는 지방공연을 통해 전국 구석구석을 누볐고 리비아·미국·일본·중국·독일·브라질 등 9번의 해외공연으로 국외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는 동포와 근로자들을 만났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시청자들로부터 사연과 함께 받은 신청곡으로 무대를 꾸며 위로했다. 아들을 잃고 부부가 서로 의지하며 불렀던 노래, 돌아가신 어머니가 즐겨 부르시던 노래 등 가수들의 무대와 함께 소개되는 시청자 사연은 보는 이의 가슴을 울렸다.

그러나 인기의 부침 속에서 2013년 3월에는 방송 시간을 10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가수들이 KBS를 항의 방문하고 일부 노인단체에서는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출연자와 시청자가 한마음으로 이에 반발했다. 결국, 방송시간을 5분 축소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1년 반 뒤에는 원래 방송 시간인 60분으로 복귀했다.







양 PD는 '가요무대'의 장수 비결에 대해 "국민이 시름에 빠져 있을 때 슬픈 음악으로 위로했고 즐거울 때는 신나는 음악으로 함께 기뻐하며 시청자들과 함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도시에서 혼자 나와 살면서 연애도 하고, 해외여행도 가고, 스파게티 먹고 잘살고 있지만 상처받고 울적할 때는 어머니한테 전화해 위로받고 싶지 않나. '가요무대'는 특별한 것이 들어 있지 않아도 늘 생각나는 어머니의 된장찌개, 외할머니의 시골집 같은 존재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 다시 시청률 강세…"젊은층도 우리 가요의 가치 알게된듯"

'가요무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타들이 즐비한 방송 3사의 월화극을 제치고 월요일 밤 10시 시청률 왕좌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6월께 월화드라마들이 주춤한 사이 1위로 치고 올라오더니 두자릿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도 월화드라마들이 시청률 10% 벽을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가요무대'는 꾸준히 12~13%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양 PD는 "2~3년 전보다 평균 시청률이 3% 정도 올랐는데 어떤 사람들은 고령화 때문이라고 하더라"며 "하지만 고령화가 그렇게 갑자기 이뤄지는 것은 아닐테고 점차 젊은 층들도 우리 가요의 가치를 알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는 예전 것, 낡은 것을 천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요즘은 아날로그적 감성에 조금 더 가치를 두게 된 것 같다"며 "'가요무대'에 출연해 옛곡을 부르고 싶어하는 아이돌그룹도 많다"고 덧붙였다.

200여년 전 만들어진 모차르트 음악이 클래식을 대표하는데, 100년이 다되는 우리 가요도 그 고전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가요무대'가 표방하는 정신이다.

양 PD는 "할아버지가 즐겨 부르던 노래를 아버지가 이어 들었고, 아들은 가요무대를 보며 아버지를 추억한다"며 "30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한국인의 정서가 있다. 그걸 지켜나가는 것이 가요무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가요무대'가 장년층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지난 30년간 무대에 올랐던 곡들을 쭉 보면 분명히 시대의 흐름이 느껴진다"며 "지금 '뮤직뱅크'에 나오는 음악 중 시간이 지난 뒤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곡은 언젠가 '가요무대'로 오게 되고 지금의 20~30대도 결국 '가요무대'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다채로운 30주년 특집 마련…"고향의 노래 계속 들려 드려야"

30년을 맞은 '가요무대'는 올해 세상을 떠났어도 노래로 영원히 기억되는 '불멸의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한편 남녀노소, 국내외의 모든 국민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특집을 기획하고 있다.

해외 공연도 추진한다. 지난 2013년 파독 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 등 근로자를 위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독일 공연에 이어 또 다른 곳을 찾아 조국이 당신들을 잊지 않았다는 위로를 건넬 계획이다.







양 PD는 "지난 2013년 독일에서 녹화를 마친 뒤 한 관객분이 저를 붙잡고 '고향 땅에 사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젊은 PD 양반은 모르실 거다'라고 말씀하시는데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우리가 모르는, 이분들이 평생 마음에 간직해온 어떤 간절함이 있구나 싶었다"며 "고향의 노래, 가족의 노래를 계속 들려 드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겼다"고 밝혔다.

지난 녹화에는 탈북예술인들의 단체인 평양예술단이 무대에 올랐다. 녹화가 끝난 후 무대 뒤에서 가수 현철을 만난 이들은 "북에서도 선생님 노래 많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가요야말로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의 한민족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의 생각.

양 PD는 "유행을 좇으려는 욕심만 없으면 '가요무대'는 앞으로 30년, 100년도 갈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제가 연출을 맡고 있을 때 통일이 돼서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랑극단처럼 한 바퀴 순회공연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부산, 대구, 목포, 서울을 거쳐 평양, 신의주를 들르고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동포를 만난 다음 영국 런던, 대서양을 건너서 미국, 다시 빙 돌아 일본까지 전 세계 한민족을 위한 무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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