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노동당, 친기업 중도노선이 살 길"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10 07:37:14
토니 블레어 "영국 노동당, 친기업 중도노선이 살 길"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영국 총선에서 참패한 노동당이 새로운 지도부와 노선 모색에 고심하는 가운데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등이 친기업 중도 노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블레어 전 총리는 1997년 총선에서 국유화, 소득분배 같은 전통적 좌파의 공약을 과감히 버리고 우파의 가치관을 포용하는 이른바 '제3의 길'을 내세워 승리함으로써 18년 간의 보수당 장기 집권에 종지부를 찍었던 인물이다.
블레어 전 총리는 9일(현지시간)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 기고문에서 노동당이 친기업적 의제와 공공서비스 개혁을 위한 대담한 새 아이디어를 적극 대변하는 등 중도적 입지를 되찾아야만 패배에서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 차례나 총선에서 승리한 바 있는 그는 이번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에드 밀리밴드 전 당수가 폐기한 자신의 과거 신노동당 노선으로 당이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밀리밴드의 중도좌파 정책이 당을 재계로부터 소외시켰고 성공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블레어는 "정상으로 가는 길은 중도에 있다"며 노동당은 "(민중에 대한) 동정심과 보살핌뿐만이 아니라 (기업가들의) 야망과 열망을 위한 당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다만 자신이 재임 기간(1997∼2007년) 불평등 문제에 대해 충분히 주의를 쏟지 못했으며, 밀리밴드가 불평등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옳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블레어는 "우리가 1997년 집권과 함께 영국에 최저임금을 처음 도입한 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만, 더 폭넓은 경제정책의 틀이 없었으면 총선 승리와 최저임금 도입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력한 차기 당수 후보 중 한 명으로 노동당 그림자 내각의 산업장관인 추카 우문나 의원도 이날 옵서버 기고문에서 친기업 중도 노선을 들고 나왔다.
그는 노동당이 '무책임한' 자본주의를 시정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매우 옳은 일이지만, "부를 창출하고 올바른 일을 행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너무 적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우문나는 "우리는 우리가 잘 사는 사람들의 편이 아니라는 인상이 커지도록 놔뒀다"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해 친화적이 되지 않고서는 좋은 일자리 친화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당이 유권자의 약 3분의 1을 간신히 넘어서는 계층에 대해서만 좁게 초점을 맞췄다며 앞으로 부자와 빈민을 모두 아우르는 '빅텐트'식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밀리밴드가 즉각 사임한 이후 새로운 지도부와 노선을 찾기 위해 부심하는 가운데 이처럼 중도 노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내 논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문나 의원 외에도 이베트 쿠퍼, 앤디 버넘, 트리스트람 헌트, 리즈 켄들 등의 차기 당수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노동당 의원들은 총선 이후 첫 회의를 11일에 갖고 지도부 선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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