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여성에게 교육·취업·참정권 보장하겠다는데…

아프간 정파대화에서 탈레반 "여권 유린 잘못 되풀이 않겠다"<WSJ>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08 10:49:40

△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택시 운전사 사라 바하이(40)가 북부 발크주(州) 주도 마자르 이 샤리프에서 지난 3월 3일(현지시간)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다는 인식 속에 극심한 성차별을 겪어야하는 이곳에서 용기있게 택시 운전사의 길을 택한 바하이는 이제 당당하게 가장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아프간 여성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탈레반이 여성에게 교육·취업·참정권 보장하겠다는데…

아프간 정파대화에서 탈레반 "여권 유린 잘못 되풀이 않겠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지난주말 카타르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정파들간 대화 참석자들 가운데는 다른 변호사들이 꺼리는 탈레반 반군 용의자들을 위한 변호 활동을 하는 여성 변호사 리나 쉰와리(24)도 있었다.

쉰와리가 6세 때 다니던 여학교를 당시 정권을 잡은 탈레반이 폐쇄하는 바람에학교교육을 받을 기회를 영원히 잃을 뻔했으나 2001년 미군에 의한 탈레반 축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마치고 마침내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가 됐다.

국제 분쟁해결을 추구하는 '퍼그워시회의'가 주최한 이 대화에서 쉰와리를 비롯한 여성 대표들은 탈레반 대표단으로부터 재집권하면 교육과 취업 등 여성의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놀라운 말을 들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 전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열등하다는 믿음에 따라 집권기간 여성에겐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토록 강제한 과거 탈레반의 모습이 아닌 셈이다. 탈레반은 당시 여학교도 폐쇄하고 취업과 참정권도 빼았았다.





이 대화에 참석한 사람들에 따르면, 탈레반은 자신들이 다시 집권하면 현재 아프간 여성들이 누리는 여권의 진보를 되돌리지 않고 대학을 포함한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공학분야를 포함해 여성의 취업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측은 또 여성의 정치참여도 허용하고 유산 상속권과 배우자 선택권도 보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성 대표 3인 가운데 한 사람인 말랄라이 쉰와리 전 의원은 탈레반의 변화된 모습이 반갑긴 했지만, "당신들은 (부르카에 난) 작은 구멍들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도록 강제하는 옷을 입히지 않았느냐"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탈레반측은 "과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대답하더라고 쉰와리 전 의원은 전했다.

그러나 정말 탈레반이 변할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여전하다. 탈레반 치하의 기억이 아직 생생할 뿐더러, 지금도 탈레반 반군들은 여학교를 폐쇄하고 여교사와 여성 정치인 및 활동가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화는 장차 있을 아프간 평화협상에서 여성 대표가 배제되거나, 그나마 힘들게 얻은 지금의 여성 권리가 탈레반과의 협상 타결을 위해 희생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누그러뜨린 면이 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여성이 협상에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하면 탈레반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여성은 대표단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핑계는 이제 통하지 않게 됐다"고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헤더 바 선임연구원은 지적했다.

바 연구원은 "그러나 탈레반이 여권을 되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정도의 말로는 충분치 않다"며 탈레반의 진의를 더 파악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대화 후 나온 탈레반의 성명을 봐도 자신들이 "여성의 모든 권리를 보장"한다면서도 "여성의 고결성과 이슬람 가치가 훼손돼선 안된다"고 단서를 달았기때문이다.

8명으로 구성된 탈레반 대표단은 이틀간의 대화중 여성권리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 기조연설 후 휴식 시간이나 식사 때 여성 대표들과 비공식 논의를 벌이기도 했으며, 앞으로 계속 논의하자는 제안도 받아들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탈레반과 대화통로를 유지하는 카타르 정부가 주선한 이 대화에 아프간 정부는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진 않았으나 아프간 최고위 협상기구 위원 2명과 정치지도부 측근 인사들이 참석했다.

대화 참석자들은 이 대화가 종국적으론 아프간 정파간 공식적인 평화협상으로 발전해나가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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