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차범근로' 도로명 철회…불교계반발로 물러서

용주사 신자·주민 "역사·정체성 고려없는 일방결정"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08 10:41:08

화성시,'차범근로' 도로명 철회…불교계반발로 물러서

용주사 신자·주민 "역사·정체성 고려없는 일방결정"



(화성=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도 화성시가 한국 축구의 전설로 불리는 차범근 전 감독의 이름을 딴 도로명을 부여하려다 불교계의 반발로 철회하기로 했다.

8일 화성시에 따르면 시는 오산·화성·수원에 걸친 서부우회도로 가운데 화성시 구간 5.2㎞를 '차범근로(路)'로 명명하는 내용의 공고를 3월 25일 내고 나서 주민공람을 거쳐 4월 22일 확정했다.

화성시 기안동 67-1번지와 안녕동 6-10번지에 이르는 차범근로에는 명예도로명 표지석 3개와 명예도로명판 22개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차범근로는 사적 206호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융건릉과 국보 제120호 범종이 있는 용주사를 관통하는 왕복 4∼6차선 도로다.

화성시 화산동 출신으로 화산초등학교를 졸업한 차 전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사에 남긴 공로를 기리고, 청소년들에게 자긍심을 고취해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하고자 명예도로명을 부여하려는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그러나, 차범근로가 지나는 대한불교 조계종 용주사 신자들과 주변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용주사는 신라시대에 지어진 고찰이나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새로 만들면서 다시 크게 지은 사찰로, '효'를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차범근로를 건너 용주사 맞은편에는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인 융건릉이 있다.

용주사 신자와 지역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화성시를 방문해 역사와 지역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고 도로명을 결정했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비대위는 "화성시가 용주사와 주민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거나 협의를 하지 않은 채 '효'라는 시의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은 도로명을 부여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철회하지 않으면 반대서명운동에 나서겠다"고 시를 압박했다.

이에 화성시는 결국 용주사와 융건릉 앞을 지나는 도로대신 다른 서부우회도로 구간을 차범근로로 선정하기로 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용주사와 융건릉 사이를 지나는 길어서 용주사의 반대가 심했다"면서 "차범근 전 감독측에게 양해를 구한 뒤 다른 구간을 지정해 도로명주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재공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성시는 오는 28일 예정된 차범근로 표지석 제막식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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