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보이스카우트 군'이 우크라이나 반군 지원?

FP, 러시아 청년 군사·애국 클럽에 '의혹' 제기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07 09:50:21


푸틴의 '보이스카우트 군'이 우크라이나 반군 지원?

FP, 러시아 청년 군사·애국 클럽에 '의혹' 제기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 옛 소련 시절, 청년들에게 공산주의 이념을 교육하고 공산당과 국가 기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조직인 '콤소몰'(공산주의 청년동맹)이 있었다.

15~26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직으로, 그 아래에 10~15세 남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피오네르'(개척자) 조직을 뒀다. 콤소몰은 1991년 8월 해체 위기에 있던 소련의 부활을 도모했던 이른바 보수파의 쿠데타 실패로 명목상 해산됐다.

그후 10년가량의 세월이 흐른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역에 산재해 있던 이른바 청소년 군사·애국 클럽들을 합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들 클럽은 콤소몰과 유사한 극우 민족주의 조직으로, 군사훈련과 애국심 고취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2003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의 `장미 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처럼 옛 소련권 국가에서 잇따라 벌어진 이른바 `색깔혁명'이 러시아로 밀려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2005년 4월 창설된 '나시'(우리들의 것 또는 동료) 역시 이들 클럽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친위조직으로 불렸던 나시는 푸틴의 고향인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창설돼 한때 전국에 50여 곳의 지부를 두고 회원(15~30세) 수만 20만 명 정도에 이를 정도였지만 2008년 1월 일부 지부만 남기고 사실상 해산했다.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성향의 반군간 교전이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사태를 계기로 이들 클럽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반군을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를 일축하면서 일부 참전용사 등이 자발적으로 반군을 지원하고 있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FP)는 지난 1일 '푸틴의 보이스카우트 군'이라는 제목으로 이들 청년클럽을 다루면서 이들 클럽이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원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FP는 모스크바 북부 야로슬라브가(街)에서 이뤄진 '아방가르드'라는 이름의 청년클럽 소속 10대들의 단검 던지기와 칼라시니코프 소총 닦기 등 군사훈련 모습을 전하면서 이런 클럽들이 소련의 붕괴 이후 전국적으로 분산해 공식 집계는 불가능하지만 현재 모스크바에만 200개 가량, 회원수가 1만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출신의 극우 '조국당' 당원으로, 아방가르드의 교관인 스테판 조토프(30)는 FP에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자존심을 억제하고 권위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된다"면서 "우리는 군사훈련 이상의 것을 가르치며 명령에 복종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을 통제하는 법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훈련의 초점은 애국심을 고양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했다.

이들 클럽은 옛소련 시절 전국적으로 광대한 훈련시설들을 보유했던 준군사 스포츠 조직으로, 현재는 합법적 '국가공공' 부문에 속해 있는 반(半) 상업기업인 '육·해·공군 자원봉사회'(DOSAAF)의 감독을 받고 있다.

이들 클럽(콤소몰)에 대한 정부 지원은 소련 해체 후 없어졌지만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이 군사·애국 클럽들을 합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시민의 발의로 구성된 자발적이며 자치적인 비영리단체"로 규정한데 이어 10년이 흐른 2010년 총리 시절에는 직접적인 재정지원과 (클럽) 확대 방침을 발표해 몇몇 유력 인사들로부터 "정부와 국가, 그리고 군에 대한 숭배에 기초한 이데올로기의 소산"이라는 강력한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푸틴이 2012년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 반전됐다.

특히 청소년 정책을 담당하는 청소년청(로스몰로죠지)은 2012년 5월 푸틴 대통령 복귀 반대 시위에 참여한 "극단주의자들"을 재활시키라는 명목으로 이들 클럽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청소년청과 그 산하의 '애국자 양성기관'인 로스패트리엇센터가 현재 러시아인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는 캠페인의 선봉에 서 있다. 또 "러시아인에게 애국심을 고취"하는 프로그램에 2016~2020년까지 18억 5천만 루블(약 400억원)의 예산이 이미 배정됐다고 FP는 전했다.

FP는 "'영롱한 루스(러시아)' '애국자' '조국' 등 이들 클럽의 이름은 애국심과 군사훈련, 그리고 보수적 신념들에 헌신할 것임을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DOSAAF는 그들의 활동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고 있지만 알렉산드르 콜마코프 국방차관이 2014년 12월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이 조직은 대대적인 점검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점검위원장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으로, 이달 중순 DOSAAF 점검회의를 주재한다.



FP는 특히 우크라이나 내전과 이들 러시아의 군사·애국 클럽 간 관계는 2013년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반정부 시위인 마이단에 반대한 러시아의 조직적 움직임보다 더 깊고 불투명하다면서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무력충돌이 발생한 지난해 4월 이후 반정부 성향의 러시아 언론들은 군사·애국 클럽 회원들이 반군을 위해 싸우려고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를 다녀온 사실들을 보도해왔다고 상기했다.

노바야 가제타가 지난해 11월 '발런티어'를 비롯한 일부 클럽 지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수많은 생도(회원)들이 자신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분쟁지역으로 갔다고 전했고 민영 TV 방송인 도즈지(비)가 지난 2월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반군들과 함께 싸우다 숨진 클럽 교관들의 동료와 학생들의 반응을 보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FP는 그러면서 비탈리 구사크 DOSAAF 대변인은 이들 보도에 논평할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고 수많은 클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반군과의 관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꺼려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많은 클럽교관과 클럽 졸업생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아방가르드의 교관인 조토프는 FP에 자신 역시 인도물자를 지원하려고 1주일가량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에 다녀왔다면서 "내가 영웅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건 인간으로서 나의 의무였다"면서 "만일 나와 같은 사람 수천명이 그곳에 가서 자신의 역할을 한다면 우리는 절대 지지 않을 것이며 나의 클럽 제자들과 다른 클럽의 제자들 역시 이런 소명감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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