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외교전쟁> ③신밀월 미일, 대중 압박 고삐…대립 격화

미일, 새 방위협력지침·TPP 앞세워 중국 견제 본격화
중간에 낀 한국 상대적 소외 우려…한국 외교 시험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5-07 09:18:03

△ 미일 양국은 지난달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AP=연합뉴스 자료사진)

③신밀월 미일, 대중 압박 고삐…대립 격화

미일, 새 방위협력지침·TPP 앞세워 중국 견제 본격화

중간에 낀 한국 상대적 소외 우려…한국 외교 시험대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미국과 일본의 '신(新) 밀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미일 대(對)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과의 신형 대국 관계를 표방하며 세력확장에 나선 중국에 맞서 미일 양국이 어느 때보다 공고한 동맹을 형성한 채 노골적으로 대중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는 형국이다.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일본을 지렛대 삼아 중국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고 나섰고,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까지 개정하며 군사대국화, 보통국가화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일 방위협력지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미중 간에 격한 파열음이 터져 나오면서 역내 안보질서가 요동치고 긴장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미일 간의 신밀월은 양측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선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전후 70년 동안 지켜온 미국 주도의 패권질서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고, 전범국 일본으로서는 이번 기회를 활용해 확실하게 보통국가로 탈바꿈하겠다는 야심 찬 구상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 단독이 아닌 다자의 틀을 활용한 국제분쟁 해결이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새 외교·안보독트린으로 인해 안 그래도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방예산 삭감 등 재정적 한계까지 겹치면서 대외전략 운용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 미국으로선 '자금'과 '군사'를 기댈 수 있는 일본은 여러모로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최근 "일본이 아시아 정책의 중심"(에반 메데이로스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미일동맹은 아태지역 동맹·우방 네트워크의 중앙"(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라며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일 신밀월의 핵심은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과 TPP로 집약된다.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이라는 '안보동맹'과 TPP라는 '경제동맹'의 두 날개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인 셈이다.

이 두 가지 모두 미국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일환이다. 중동 쪽에 집중된 외교·안보자산을 아시아로 돌리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골자는 중국 견제와 미국의 역내 패권질서 유지다.

먼저 얼마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 기간에 합의된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미군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후방지원 역할을 대폭 확대한 것이 핵심으로, 한반도 등 일본 주변으로 제한했던 미일 방위협력의 지리적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함으로써 자위대가 어디서든 미군과 공동작전을 벌일 수 있도록 했다.

아프리카는 물론 미국의 앞마당인 남미에서도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특히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중일 영유권 갈등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을 염두에 둠으로써 중국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이 미일동맹과 더불어 호주·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 역시 다분히 서태평양으로의 진출을 확대하는 중국 견제용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하는 미국 주도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은 TPP를 통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견제하면서 아태지역의 경제·무역질서를 주도해 나간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전통 우방과 더불어 한국까지 AIIB에 참여하면서 대전 1라운드에서 중국에 '뼈아픈 일격'을 당한 미국 입장에선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TPP를 조속히 타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AIIB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현실적으로 아태지역에서의 경제 주도권은 중국에 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TPP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21세기 무역질서를 새로 써나가야 한다"며 대놓고 중국 견제용 발언을 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다.

미일 양국은 앞으로 안보와 경제동맹을 비롯한 여러 각도의 채널을 동원해 중국의 '굴기'(堀起.우뚝섬)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간에 낀 한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중국과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 정부는 미중 간의 첨예한 대결 구도 속에서 어느 쪽도 대놓고 편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장 사드 한반도 배치에 강력히 반대하는 중국이 최근 우리 정부를 공개 압박한 것이나 우리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막판에 AIIB 가입결정을 한 것 등은 한국 외교의 앞길이 험난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우리 정부의 '상대적 소외'나 '외교적 고립'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국이 한미일 3각 협력의 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되 무게 중심은 한미동맹보다는 미일동맹에 두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역으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미일동맹을 앞세울 경우의 부작용 또한 적지 않은 만큼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균형점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식민지 침탈 및 태평양전쟁 피해 당사국들은 과거 전쟁범죄에 대한 진정한 사죄 없이 군사대국화, 보통국가화를 꾀하는 일본의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에 "미국이 추구하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미일동맹을 '코너스톤'으로, 한미동맹을 '린치핀'으로 각각 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서 "이는 단순히 어느 한 쪽과의 동맹에만 의존하는 전략으로는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과의 협력을 강력히 원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만일 미래의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견제와 균형전략을 추구한다면 갈등이 초래되고 한국의 선택을 강요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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